“1박 200만원 스위트룸부터 성과급까지”…농협, 특감서 방만경영 드러나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결과에서는 단순한 위법 사례를 넘어 구조적 문제가 다수 확인됐다. 선거 제도의 허점과 집행 기준 부재가 맞물리며 그동안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운영 사각지대가 한꺼번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연봉·직상금·겸직 보수까지…기준 없는 집행 드러나

이번 감사에서 직상금과 각종 수당 집행이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 결과 직상금은 지급 기준과 산정 방식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된 사례가 확인됐다. 직상금은 2024년기준 중앙회장이 10억8400만원, 전무이사가 1억8300만원 등 규모다.

업무추진비 집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서실에 카드가 배정됐다는 이유로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고 집행 과정에 대한 내부 검증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감사위원들은 보수와 수당, 직상금이 제도적으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선거와 맞물려 편법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중앙회장 보수 구조도 도마에 올랐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앙회장은 연간 3억900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퇴직공로금으로는 전 회장 기준 3억2300만원을 별도로 지급받는다. 여기에 농민신문사 대표를 겸직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과 추가 보수를 수령하고 있다. 특별감사단은 해당 보수가 내부 규정에 따라 집행됐는지와 함께 실제 수행 업무에 비춰 과도한 수준은 아닌지도 점검했다. 현재 이 사안은 외부 감사위원회 차원의 법률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집행 관리 전반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중앙회장의 해외출장 숙박비는 내부 기준인 1박 250달러(현재 환율기준 36만2350원)를 크게 초과해 일부 해외 출장에서는 1박당 최대 186만원까지 초과 집행했다.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1박에 2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썼다는 것이다.

회원조합 지원에서도 불균형이 확인됐다. 무이자자금 지원 증가율은 이사조합이 26.3%로, 일반조합(7.6%)보다 높았다. 2022년에는 조합장 전원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며 23억4600만원이 집행됐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당기순손실 810억원을 기록하고도 성과보수를 지급한 사실이 감사에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숙박비 초과분 환수 검토와 함께 보수·수당·직상금·지원금 집행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도록 시정조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6개월만 버티면 끝’…선거 구조가 만든 관리 공백

외부 전문가들은 이번 감사 결과를 개별 비위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농협은 자산 규모 기준으로 재계 상위권에 해당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특수한 지위로 인해 외부 감시와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동해왔다.

특별감사단에 참여한 외부 회계사는 “규모는 대기업 수준인데, 제도와 운영 흐름은 중소기업보다도 체계가 뒤처진 모습이었다”며 “그동안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구조가 이번에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외부 감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짚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농협 선거제도 개혁이다. 농업협동조합법과 위탁선거법에 따라 농협 선거 관련 범죄에는 공소시효 6개월 특례조항이 적용된다.

불법 자금 사용이나 편법이 드러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조직 전반에 퍼져 있다는 설명이다. 감사 과정에서는 “금권선거를 근절하지 않으면 농협 개혁은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선거를 전후로 한 자금 조달과 집행 관행이 누적되면서 보수와 수당 집행 기준도 함께 느슨해졌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번 특별감사는 개별 사안을 넘어 농협 운영 구조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이라며 “집행 기준과 내부 통제 체계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