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전기차 반등, 웃을 수만은 없다

정치연 전자모빌리티부 기자
정치연 전자모빌리티부 기자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이 반등했다. 신규 등록 대수가 22만대를 넘었고, 증가율은 50%를 웃돌았다. 전기차 침투율은 13.1%로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역성장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성적표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불안 요소가 잠재돼 있다. 시장 반등이 테슬라 '모델 Y' 등 단일 차종의 폭발적 판매 증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모델 Y는 지난해 5만대 이상이 팔리며 전체 전기차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책임졌다. 특정 모델이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로, 완전한 대중화 진입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가격 경쟁 유도 역시 지난해 반등에 영향이 미쳤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조기 집행, 제조사의 공격적 가격 인하와 판촉 경쟁이 단기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는 효과적인 부양책이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조금이 줄고 가격 인하 여력이 사라지면 시장이 다시 움츠러들 가능성은 크다.

시장의 주도권 변화도 우려된다. 지난해 수입 전기차 점유율은 42.8%까지 확대됐고, 국산 전기차 비중은 3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테슬라 중국 공장 생산 물량 유입에 BYD 등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차 성장의 과실이 국내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고 있는지다. 국내 생산과 고용, 부품·배터리 공급망 확장이 판매 성장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시장 확대라고 볼 수 없다.

지난해 전기차 반등은 대중화의 결과라기보다 시험대에 가까운 결과다. 전기차 전환이 국내 생산을 유도하고,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건강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전기차를 얼마나 팔 것인가보다 어디에서 만들고 어떤 기술로 경쟁해 성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