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美, 반도체 관세 압박 '통상적'...자국 반도체 물가에 전가”

신년기자회견, 답변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21     superdoo82@yna.co.kr (끝)
신년기자회견, 답변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21 superdoo82@yna.co.kr (끝)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반도체 관세 100% 인상 움직임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번 움직임을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 든 '통상적 전략'이라고 강조한 이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수입 물가 인상 등 현실적 반작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반도체 관세 부과 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고 “통상적으로 나오는 얘기”라고 답했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에 투자하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하는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선포한 바 있다. 대만에서 만든 인공지능(AI) 칩을 미국으로 들여와 수출하는 엔비디아의 'H200' 등이 주요 대상이지만, 적용 범위가 향후 대폭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부담은 커졌다. 국내외에 이미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예정한 상태에서 미국 측의 요구대로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격렬한 대립 국면이나 불안정 국면에서는 불쑥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요소가 워낙 많다”며 “일희일비하면 중심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진 방침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나가면 된다”는 대응 기조를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런 대응 전략의 배경으로 지목한 것은 미국의 높은 한국 반도체 의존도다. 그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80~90%에 달하는데 관세를 100% 올리면 미국 반도체 물가도 그만큼 오르는 결과가 올 것”이라며 “관세 부담의 대부분은 미국 내 물가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 또한 한국 반도체 없이는 자국 산업 유지가 어렵기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극심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만약 국내 기업에 관세를 과도하게 부과하면 그 비용은 엔비디아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오히려 자국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대통령은 또 미국과 관세 협상을 체결할 당시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관세를 책정하도록 하는 '최혜국 대우' 조항을 포함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당시 협상에 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를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만보다 불리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대만만큼 불리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대만이 잘 견뎌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맺은 조인트팩트시트(JFS)에 명시한 '상업적 합리성 보장'을 미국 투자의 핵심 근거로 언급하며 우리나라에 불리한 조건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면서 “유능한 산업부 장관과 협상팀이 있어서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