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포인트를 넘겼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2500선을 오가던 코스피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파죽지세 상승, 지난해 10월 말 4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3개월 만에 꿈의 '오천피' 고지를 밟았다. 한국 증시에 만연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60포인트(0.87%) 상승한 4952.53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7%(77.13포인트) 오른 4987.06으로 출발했다. 개장 직후 상승 폭을 키우며 5000고지를 돌파한 지수는 한때 5019.54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지난 20일 단 하루만 제외하고 빠짐없이 올랐다. 미국에서 날아든 유럽에 대한 관세 철회 소식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속 국내 반도체 기업과 로봇주가 호황을 맞으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기관은 6770억원, 외국인은 2조6210억원을 순매수했다.
대형주 전반의 주가 상승이 전체 코스피 지수를 견인했다. 지난해 1월 22일 5만4300원에 거래되던 삼성전자 주식은 이날 15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규모도 이날 901조원을 돌파했다. 이날 우선주를 포함해 시가총액이 단일 종목 최초로 100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상승일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550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75만5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164조원에서 549조원 상당으로 급등했다.
피지컬AI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현대차도 새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연초 4거래일 동안 주가는 전일 대비 10% 가까이 상승했고, 시가총액 역시 빠르게 불어났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40조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서만 7일 70조원, 13일 80조원, 19일 90조원을 차례로 돌파하며 '10조 단위' 시총 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21일에는 마침내 시가총액 1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서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은 코스피 시총 3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코스피 지수가 3개월 만에 4000에서 5000으로 파죽지세 상승한 데는 그간 대형주 가운데서도 비교적 소외됐던 현대차의 상승 영향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시장을 주도하던 반도체가 로봇 등 다른 주도주로 확산하는 긍정적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미 증권사는 저마다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속속 높여 잡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은 5500포인트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의 이익 상향과 기업가치 재평가가 맞물릴 경우 5850까지도 가능하다는 낙관 전망이 잇따른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새 정부는 상법 개정과 세제 지원, 주가조작 불공정거래 엄벌 등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의지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 저변도 넓혀간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비공개 오찬을 진행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코스피 5천 돌파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기업들 이익 창출 능력에 대한 재평가”라면서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이익 모멘텀이 지수를 견인했다”고 짚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