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해 쌀 재배면적을 64만ha 내외로 줄인다. 지난해보다 약 3만8000ha 감축한 수준이다. 매년 반복된 과잉 생산과 시장격리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추겠다는 신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열린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양곡수급계획'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양곡관리법에 앞서 선제적 수급 조절 체계를 가동한 첫 계획이다.
정부는 쌀 수급 균형을 위해 벼 재배면적을 64만ha로 설정했다. 최근 7년간 재배면적 감소율은 8.2%에 그쳤다.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61.0kg에서 53.9kg으로 11.6% 줄었다. 생산 감소 속도가 소비 감소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그 결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11만톤을 시장격리했다. 재정 부담은 약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쌀을 줄이는 대신 전략작물은 9만ha로 확대한다. 품목별 목표는 두류 3만2000ha, 가루쌀 8000ha, 하계조사료 1만9000ha, 옥수수 3000ha, 깨 4000ha, 수급조절용 벼 2만1000ha, 율무·수수·알팔파 등 3000ha다. 전략직불 예산은 2023년 1121억원에서 2026년 4196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콩은 별도 관리에 들어간다. 백태와 콩나물콩은 전년도 직불 이행 농가가 기존 면적 범위 내에서 신청할 때만 전략직불을 지급한다. 기존 참여 농가가 벼로 회귀하면 공공비축미 우선 배정 등 인센티브를 검토한다. 특정 작물로 쏠림이 반복되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민관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한 생산·유통·소비 전반을 묶은 '식량산업 혁신전략'도 추진한다. 수급 결정 권한을 정부 주도에서 생산자·유통업자·소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 중심으로 전환한다. 양곡수급관리위원회 설치 근거를 법률로 격상하고 재배면적 목표와 수확기 시장격리 여부를 심의·결정한다. 올해는 '쌀 수급 예측 시스템'도 구축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고품질·가공용 중심으로 재편한다. 단백질 표시 의무화와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식량작물 특성화농업지구를 2027년 16곳에서 2030년 300곳까지 늘린다. 전략작물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밥쌀 1ha를 시장격리할 때 1580만원이 들지만 수급조절용 벼 전환은 585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아울러 시·군 단위 1개 통합 RPC 체계를 2030년까지 구축한다. 통합 초기 3년간 수매자금과 시설 현대화를 지원한다. 스마트 RPC를 통해 생산이력과 품질 정보를 관리한다. 조곡 거래 자금도 확충해 수확기 물량 쏠림을 완화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가공·수출로 활로를 넓힌다. 농가-RPC-가공업체 3자 계약을 통해 가공용 쌀을 민간 신곡 중심으로 공급한다. 전통주 등 기능성 식품은 지원율을 차등 적용한다. 쌀가공식품 수출은 2023년 2억1700만달러에서 2026년 6억달러로 확대를 목표로 잡았다. 장립종 육성과 PB 브랜드 개발도 병행한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올해부터 민·관이 함께 논의해 수급계획을 수립하는 체계적 정책으로 전환한다”며 “과잉이 우려되는 콩도 기존 참여 농가의 피해 없이 적정 생산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금번에 수립한 식량산업 혁신전략을 구체화해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