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매력적인 통신주가 되기 위한 조건

오랫동안 '전통주'로 인식되던 통신주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사실상 박스권에 갇혀 있던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주가가 올해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도 통신주 목표가를 줄상향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신주는 안정적인 배당을 가져오지만 성장성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확고한 모바일 가입자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유지하지만 성장률이 가파르진 않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바일 부문은 90%에 육박하는 5G 가입률로 인해 가입자 증가 여력이 제한적이다. 요금제, 주파수 등 산업규제 한복판에 놓여 있는 점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다.

이동통신사 직원들이 서울역에서 통신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직원들이 서울역에서 통신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통신 3사 주가가 급등하며 통신주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까지 나온다.

실제 SK텔레콤 주가는 지난해 12월 5만원대였지만 이달 20일에는 50% 넘게 오른 8만1500원에 거래됐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이달 20일 기준 각각 34.7%, 43.3%나 올랐다.

증권가도 앞다퉈 목표가를 높이고 있다. 주가가 단기급등한 SK텔레콤을 제외하고, KT와 LG유플러스 목표가 상향이 이어졌다.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요소는 지난해 해킹 악재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올해 인공지능(AI) 분야 실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일부 통신사는 고객·내부 정보 유출에 따른 처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당 부분 실적에 반영돼 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통신 3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AI 사업은 모바일 가입자 경쟁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영역이다. 이들은 AI를 활용한 지능형 네트워크 구축으로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공공·민간의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사의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영역도 AI데이터센터(AIDC) 사업 부문으로, 성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통신 3사의 올해 행보가 중요해졌다. 지난해가 AI 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면, 올해는 성장 가치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묵은 보조금 경쟁, 대규모 정보 유출 등으로 고객 신뢰는 바닥을 쳤고, 저성장 체제는 굳어지고 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AI'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웠지만 냉정하게 3사의 비전과 전략은 여전히 실험적이다. 차세대 네트워크로 불리는 기술은 개발 중이고, AIDC 사업 외엔 뚜렷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영역에선 더더욱 사업모델을 내놓지 못한다.

여전히 통신사가 왜 AI 기업을 지향하는지 의문이 있다. 정확히는 AI로 얼마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선 AI 흐름에 편승한 단발적인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명확한 사업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가 차원의 AI 대전환에 통신사의 역할과 책임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알려야 한다. 이 목소리가 시장을 설득한다면 통신주는 더 이상 전통 배당주가 아닌 AI 시대 새로운 '매력주'로 거듭날 것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