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인재, 터전과 긍지 줘야 큰다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은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 해외에서 더 오래 연구한 과학자들의 오랜 경험과 생각을 통해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어딘지를 정확히 짚는 계기가 됐다.

이날 행사장의 절반 가까이를 메운 과학 분야 고등·대학생의 꿈이 영글기 위해 무엇부터 할지 깨우친 시간이기도 하다. 그건 바로 과학자로서 호기심과 재능을 계속 발휘할 수 있는 터전 만들기와 그 일에 넘치는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알아주는 긍지다.

2013년 노벨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교수는 객석에서 나온 다소 엉뚱한 질문을 받고도, 굉장히 매력적인 질문이라고 추켜세웠다. “다시 대학원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분야 연구를 하고 싶나”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셰크먼 교수는 “(현재 기술을 다 가진 상태로 대학원으로 돌아간다면) 인간 뇌 연구에 빠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조개의 연결과 연산·추론·결정이 이뤄지는데, 어떻게 저전력 에너지로 작동하는지 매커니즘을 규명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벨상을 받은 지 벌써 13년이 지난 백전노장 과학자의 패기가 느껴진다. 늘 궁금하고, 풀어보고 싶은 것들뿐인 세상 전체를 앞으로 자라나는 미래 과학자에게 연구의 터전으로 맡겨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긍지는 '보상' 측면이 강하다. 스스로도 가져야겠지만, 주변에서 보는 시각과 존중 등이 모두 긍지로 작용한다.

이날 양자 분야 명쾌한 강의로 호평을 얻은 정연욱 성균관대 양자정보학과 교수는 “우수한 과학자를 많이 길러내려면 토양을 잘 깔아주면 된다”며 “그 토양에서 나온 뒤 어떤 과학자가 될지는 그 사람 자신의 지향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출구(Exit)를 만들어주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영역의 자발적인 과학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반기고 축하하는 마음은 대통령도 똑같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면으로 보낸 축사에서 “정부는 젊은 과학 인재들이 희망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과학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또한 미래 과학자들이 긍지와 보람을 안고 자기 연구나 개발·발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리겠다는 얘기다.

과학자를 위한 나라를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학자가 과학자답게 역할하고, 대접받는 나라는 분명히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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