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38〉데이터센터 전력소모, 과장과 대안 사이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최근 이라크 전쟁 등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 우려가 다시금 국가 경제 전반을 흔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히 연료비 문제를 넘어 전력, 산업 생산, 수출 경쟁력, 가계 소득, 나아가 경기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 파급력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듯이 매우 크고 구조적이다.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분산에너지'와 '전력 효율화'는 더욱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주목받은 분야가 바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나 산업계가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필자는 과거 인터넷 데이터센터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데이터센터는 흔히 '서버를 신주 모시듯 하는 공간', 즉 일종의 '서버 호텔'로 불릴 만큼 안정성과 보수성이 강조되는 환경이다.

우선, 데이터센터 전력소모의 상당 부분은 항온·항습 유지, 즉 냉방(에어컨) 가동에서 발생한다. 24시간 가동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문제는 설정 온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통상 약 20도 내외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름철 공공기관이 에너지 절감을 위해 실내 온도를 26도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온도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전력 절감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냉각 효율 자체에 대한 구조적 개선도 필요하다. 실제 서버 밀도에 비해 과도하게 설계된 냉각 면적에 대한 재설정과 공조 효율 최적화는 별도의 대규모 투자 없이도 즉시 실행 가능한 절감 수단이다.

둘째, 서버 및 전원 설비 자체의 전력 효율 개선이다. 모든 전기 설비가 그렇듯이 노후된 서버는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여기에 더해 구형 냉각장치, UPS, 전원 장비 등 역시 에너지 효율이 현저히 낮다. 이러한 설비는 전체 교체가 아니더라도 부분 교체만으로도 투자 대비 높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연계해 노후 설비 교체에 대한 지원이 병행된다면, 전력 사용량 절감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단순 냉방을 넘어 폐열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서버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버리는 대신, 이를 회수해 온수 공급이나 냉난방에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열회수 및 열교환 기술은 이미 호텔, 병원,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에서 상용화돼 있으며, 기술적 성숙도 또한 충분히 확보돼 있다. 투자비 회수 기간이 통상 3년 이내로 형성되는 등 경제성도 이미 입증된 상태다.

넷째, 이러한 개선 방안은 대형 데이터센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전산실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특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 규모 전산실에 대한 효율 개선 사업은 비용 대비 효과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전력 사용 억제가 아니라 정책적 전환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 지원, 즉 항온 설비·냉각 시스템·전원 장비 교체에 대한 세제 및 재정 지원이 필요하며, 동시에 과도한 냉각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운영 기준의 표준화도 병행돼야 한다.

에너지 위기는 분명 현실이며, 데이터센터 역시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이를 과장된 공포로 접근하기보다는, 개선 가능한 영역으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다. 우리는 이미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실행하느냐의 여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 담론'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해법'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