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희토류는 '흙'이 아니라 '권력'이다”

전기차·스마트폰·로봇을 언제든 멈추게 할 수 있는 병목…'21세기의 석유, 희토류' 출간

=김흥성·김재용 지음. 도서출판나란 펴냄

21세기의 석유 희토류
21세기의 석유 희토류

석유가 '연료의 질서'를 바꿨다면, 이제 희토류가 '규격(spec)정련·자석'이라는 병목의 질서를 바꾼다. 희토류 공급망의 실제 작동 원리와 지정학적 권력을 파헤친 신간 '21세기의 석유, 희토류: 흙이 아니라 권력이다'가 출간됐다.

책은 전기차, 풍력 발전, 스마트폰, 전쟁 드론, 로봇 등 첨단 산업과 안보의 핵심인 '희토류'의 실체를 다큐멘터리처럼 긴박한 르포와 전문적인 해설로 풀어낸 대중 교양서다. 저자들은 “희토류의 본질은 희귀한 흙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광산 너머에 숨겨진 진짜 '병목(Bottleneck)'의 정체를 추적한다.

광산이 아니라 ‘공정’이 권력이다

책이 겨냥하는 핵심은 분리(Separation)·정련(Refining)·자석 제조(다운스트림)·규격(spec)·검증(QA) 등의 병목 현상이다. 즉 “어디에 매장돼 있느냐”보다 “누가 어떤 형태와 등급(spec)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공해 공급하느냐”가 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음을 입증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자 '지오(GIO, Global Intelligence Observer)'라는 장치를 통해 방대한 1차 자료와 통계, 기업 공시, 학술 문헌을 교차 검증하고, 현장과 공정을 '디지털 트윈' 방식으로 재구성해 서사와 수치가 완벽히 결합된 르포를 구현했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0.4g' 수준처럼 작아 보여도, 문제는 그 '그램'이 아니다. 대체가 어려운 기능과 규격--특히 자석·광학·고온 성능--이 제조업과 안보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책은 “희토류가 얼마나 들어갔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그 희토류는 어디서 분리·정련되고, 누가 자석급 규격으로 만들며, 어느 단계에서 통제 레버가 생기는가”를 묻는다.

책은 학술서처럼 어렵지 않고, 다큐처럼 재미있다: 서사(현장감)와 데이터(정밀한 수치·출처)를 동시에 밀어붙인다.

권력의 본체 규명에 있어선 희토류가 '원소'에서 '제품(자석 등급)'이 되는 전 과정을 추적해 분리·정련·자석을 권력의 본체로 보여준다.

아울러 수출 통제나 지정학적 이슈를 정치가 아닌 '서류·품목코드·공정·규격'의 언어로 번역해 실질적인 위협을 분석한다.

25년 언론인과 실무전문가가 만들어낸 광물 권력 해설서

책은 25년 언론 현장을 거친 서사·검증 전문가(김흥성)와 35년 글로벌 공급망 최전선의 실무 전문가(김재용)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김흥성 한림대 미래융합스쿨 겸임교수는 경향신문사 기자와 지상파 방송사 보도국장으로 25년간 언론 현장을 지켰다. 이후 정부 산하 공기업 대변인, 대기업 임원, 빅테이터 & AI 기업 임원, IT 벤처 기업 대표, 자치 단체 산하 공공기관장까지 합해 40년 동안 치열한 산업 현장을 누볐다. PR & 브랜딩 & 리스크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내공을 쌓았다. 대학에서 '융합미디어의 이해와 미래산업'에 대해 강의했다.

배터리와 관련된 리튬·코발트 등 전략 광물, 산업과 전쟁 한가운데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희토류' 생태계를 공부하고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글귀를 늘 새기며 '액티브 시니어'로서 '이키가이(삶의 가치)'를 실천 중이다. 현역 기자 시절 많은 특종 기사를 썼으며, 이달의 기자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저서로는 《모든 병(病)은 장(腸)에서 시작한다》가 있다.

김재용 코빈즈미네랄즈 대표는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종합상사 효성에서 10여 년간 아프리카, 중국, 인도, 서남아시아 및 중동을 담당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부상을 직접 체험했다. 또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아프리카 시장, 특히 에티오피아에서 다양한 경험과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왔다.

2010년부터 에티오피아 산업의 근간이자 지구상 모든 커피의 근원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커피' 수입·유통을 시작하며 에티오피아의 삶과 생활, 그리고 그 안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해 왔다. 이를 계기로 콩고, 케냐, 르완다, 우간다, 탄자니아부터 브라질, 콜롬비아 등 남미 커피까지 사업을 확장해 커피 전문 회사로 성장했다. 에티오피아와 호주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특히 에피오피아 커피 부문에서는 국내 수입 1위 기업이기도 하다.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동유럽 등지에도 지사 설립을 추진하며 글로벌 커피 회사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린에너지와 관련된 전략 광물이 커피 원산지 국가들에 가장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그동안 축적된 관계를 바탕으로 현재는 희토류, 코발트, 탄탈륨 등 핵심 광물을 개발·유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자원 외교의 방향을 현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