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친환경 투수블록'을 포함한 블록 포장 설계기준 제정을 추진한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도시 포장 시장을 아스팔트·콘크리트 중심에서 '물순환형 친환경 포장' 체계로 전환한다는 취지다. 도시 침수 예방은 물론 이산화탄소까지 흡수하는 차세대 기후테크 '투수블록' 시장이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10일 한국물순환협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친환경 투수블록을 포함한 블록 포장 설계기준 마련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달 중 중앙건설심의위원회 승인 후 고시할 전망이다. 기준이 시행되면 기존 불투수포장 중심 도로 포장 체계에 친환경 블록 포장이 공식 편입된다.
투수블록은 빗물이 지면 아래로 스며들도록 설계된 포장재다. 기존 불투수 포장과 달리 물을 우수관로에 즉시 배출하지 않고 지하로 천천히 침투시켜 도시 침수와 하수처리 부담을 줄인다. 지하수층 회복과 싱크홀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김준범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빗물을 빠르게 유출시키지만 투수블록은 물을 지하로 스며들게 해 홍수 예방과 지하수 보전에 기여한다”며 “도시 열섬 완화와 생태면적률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수블록은 도시 기후적응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블록 내부 공극에 저장된 수분이 증발하면서 도심 온도를 낮추고, 집중호우 시 빗물 유출 속도를 늦춰 침수 피해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차도와 보도에 투수블록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주시는 도시 전역에 친환경 블록 포장을 확대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투수블록에 탄소저감·포집 기능까지 결합되고 있다. 한 업체는 폐플라스틱 기반 수소 생산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슬래그·폐골재와 반응시키는 '광물 탄산화' 기술을 투수블록 제조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 형태로 고정해 블록 내부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기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포집과 운송, 저장 비용 부담이 큰 반면, 건설 자재 제조 과정에서 즉시 탄소를 고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저영향개발(LID) 정책과 도시 물순환 회복 정책이 확대될 경우 투수블록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이 단순 배출 저감에서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탄소 제거·저장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건설 자재 기반 '카본테크' 산업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백원옥 한국물순환협회장은 “이상기후로 인한 도시침수 피해가 늘어나며 도시 포장 개념이 단순 건설에서 기후대응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면서 “앞으로 도로와 보도, 주차장 같은 도시 인프라 자체가 탄소 저장 기능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