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인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캐나다식 '사전검토 제도'를 법제화한다. 개발 단계부터 규제기관이 설계 안전성을 미리 검토하는 체계를 도입해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고 'K-SMR' 상용화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원안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19일 공포될 예정이다.
핵심은 신규 원자로 '사전검토 제도' 신설이다. 기존에는 사업자가 건설허가 신청 이후에야 본격적인 안전심사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개발 단계에서도 규제기관과 사전 안전성 검토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미국·캐나다 등 주요 원전국이 이미 운영 중인 제도를 국내에 공식 도입하는 셈이다.
국내 SMR 업계는 그동안 법적 근거 부재로 인허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실제 혁신형 SMR(i-SMR)은 원안위·과기부·기후부 간 업무협약(MOU)을 통해 예외적으로 사전설계검토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2023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21개 안전현안과 기존 기술기준 적용이 어려운 '규제 격차'를 분석해 단계적 해소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번 법제화를 통해 다양한 SMR 노형 개발 과정에서 안전기준과 규제 방향을 조기에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상 인허가 패스트트랙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핵연료물질 규제체계도 함께 개편된다. 그동안 행정지도로 운영하던 핵연료물질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를 법에 명시해 방사선 작업 종사자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동시에 사용 허가 시 제출해야 하는 5종 서류를 '핵연료물질안전보고서'로 통합해 행정부담을 줄였다.
안전관리 우수 사업자에 대해서는 정기검사 면제 인센티브도 도입된다. 과태료 체계 역시 기존 일괄 3000만원 상한 방식에서 600만~3000만원 5단계 체계로 세분화된다.
사전검토 제도는 오는 11월부터 우선 시행하고, 정기검사 면제·과태료 규정 등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 다만 기존 핵연료물질 허가사용자의 안전관리자 선임 등을 포함한 핵연료물질 안전보고서 작성·제출은 내년 12월 31일까지 완료하도록 했다.
최원호 원안위원장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기술변화에 따른 안전현안을 조기에 발굴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안전성을 동시에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업자의 기술혁신을 촉진하면서 안전성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규제체계를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