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졌던 원전 수출, 정부가 주도한다…한전·한수원 국가 분담제 폐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전경. 한국전력공사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전경.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원전 수출 체계가 정부 주도의 통합 관리 체제로 개편됐다. 공기업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국가 간 협력(G2G) 성격이 강해진 글로벌 원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편은 '원전 수출 10기' 달성을 위한 고강도 구조 조정의 일환이다. 특히 과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 이후 누적된 한전과 한수원 간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이기도 하다. 양사는 그간 사업 주도권과 비용 정산 등을 놓고 장기간 국제 분쟁을 이어오며 상호 신뢰가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정부는 이 같은 '한 지붕 두 가족' 식의 분절된 체계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부가 직접 중재자이자 설계자로 나서 해묵은 분쟁을 종결짓고 원팀 체제를 재설계했다. 가장 큰 변화는 한전과 한수원이 담당 국가를 나눠 맡던 기존 방식의 폐지다. 그간 한전은 UAE와 베트남 등을, 한수원은 체코와 폴란드 등을 전담해 왔으나, 앞으로는 국가 구분 없이 모든 사업을 공동 수행한다.

대신 전문성에 따른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한전이 대외 협상 창구와 사업 개발을 주도한다. 대규모 자산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강점을 활용해 지분 투자 등 금융 부문도 한전이 총괄한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과 운영 등 기술적 실무를 전담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부 산하에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신설한다. 정부 관계자와 공기업뿐만 아니라 회계·법률·재무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국가별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향후 추진되는 모든 원전 사업은 독립 법인 형태의 합작법인(JV) 또는 컨소시엄이 계약 주체가 된다. UAE 바라카 사업에서 수년간 이어져 온 정산 분쟁도 종결짓기로 합의했다.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기관을 기존 영국에서 한국으로 변경하는 데 합의하며 수주 활동의 큰 걸림돌도 제거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미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체코 후속 호기와 필리핀 사업, 그리고 기술적 상용화 경험이 중요한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사업은 기존대로 한수원이 총괄 수행,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의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내 '원전수출진흥법' 제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법안에는 시장 정보 제공, 금융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 범정부 지원책과 함께 기획위원회의 법제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별도의 '원전 수출 총괄기관'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 장관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수주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하나로 뭉친 원팀 체제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직접 리스크를 관리하고 협상을 주도해 원전 수출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