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01〉성과급과 주주가치, 그리고 한국경제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나라마다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은 문화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조세, 거래 관행, 성과급이나 투자자 배당 등에서 있어서 나라마다 오랜 관행이 존재하고 그것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투자 광풍과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의 시각은 우리 경제가 새로운 형태의 갈등 모드로 진입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스톡옵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장기성과보상(LTI)처럼 미래 주가에 대한 기대치와 중장기 성과 변동에 성과급을 연동하는 경우가 많다. 스톡옵션은 '3년 뒤 주당 2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처럼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의 형태로 제공하는 보상이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3년 근속시 주식 100주 제공'처럼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지급받는 제도이며, 장기성과보상(LTI)은 '3년간 일정 영업이익을 달성하면 현금 보상을 지급'하는 등 장기 성과에 연동해서 주는 인센티브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나라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사 협상으로 고정하는 형태의 성과급은 흔한 형태가 아니다. 또 반도체 기업들은 장기적인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야 하며 핵심인재에게 보상을 제공하면서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 현금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주로 인재유출을 방지하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다. 성과에 대해 보상을 제공하되 미래를 대비한 투자와 장기적 기업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기업의 영속성이 보장될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폭발적 이익 상승 시기에 노동자에게 공유되는 이익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과는 보상의 정도, 수혜 대상에 있어서 의견 차이가 크다. 시장의 일부 행위자들은 성과급이 과도하게 커지면 연구개발, 설비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고, 주주 가치와 미래를 위한 투자 사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반론한다.

반도체라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처럼 펄펄 끓는 수요 초과의 시기가 언제 공급 초과로 인한 가격 폭락으로 전환될지 알 수 없다. 장기 경쟁 우위를 고려할 줄 아는 넓은 시야가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고용주와 피고용자 어느 쪽이든 한쪽의 일방적 의사로 고용을 해지할 수 있는 미국 경제에서 활용되는 보상 체계를 비교적 정규직 보호가 강한 우리 경제 체계로 이식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다양한 논의와 숙고가 필요하다.

반도체가 아닌 다른 업종에서도 어떠한 보상 체계와 고용 형태가 적절한 것인지 터놓고 얘기해 볼 때가 됐다. 이미 문 밖을 서성이고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자리 구조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 분명한 지금, 소수가 정규직이라는 꿀단지를 꼭 붙잡고 있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걸까.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뀔 때,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전환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형태의 해일이 몰려오는데 일시적으로 펄펄 끓는 솥단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목소리를 높이기만 하면 될런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기회에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면서도 기업과 노동시장이 AI 대전환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설계 해야 한다. 아직은 효과가 불분명한 기본 소득과 같은 아이디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전국민 공모라도 시도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화려한 축제의 밤은 폭풍 전야의 마지막 환희일 수도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