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자사주로 받는 특별성과급

삼성전자는 노사 잠정 합의에 따라 반도체 부문 임직원의 특별성과급을 향후 10년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한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의 주식 보상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서 주식 기반 보상은 핵심 인재 확보와 장기 성과 보상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엔비디아·마이크론, 글로벌 반도체기업 주식보상이 '스탠다드'

엔비디아는 제한조건부주식(RSU), 성과연동주식(PSU), 시장성과 연동 PSU, 직원주식매입제도(ESPP) 등 다양한 주식 보상제도를 운용한다.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회계연도에 RSU·PSU 등 약 8900만주를 부여했다. 부여일 기준 공정가치는 78억3400만달러에 달한다.

AMD도 RSU와 성과연동 제한주식(PRSU), ESPP 등을 활용한다. 특히 AMD의 PRSU는 성과 달성 수준에 따라 목표 주식의 0~250%까지 지급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직원 보상을 단순 근속이나 단기 실적이 아니라 장기 주가와 성과 목표에 연동하는 방식이다.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RSU와 제한주식 보상을 주요 보상 수단으로 운용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도 제한주식 보상을 적극 활용한다. 마이크론의 2024 회계연도 주식보상비용은 8억달러를 넘는 규모다. 상당 부분이 제한주식 보상에서 발생했다. TSMC도 2024년 직원 제한주식 보상 규정을 도입했다.

삼성전자의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도 글로벌 주식 보상 표준과 유사한 방식이라는 게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미 주식 기반 보상의 효과를 확인한 상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부진을 계기로 도입한 OPI 주식보상제와 직원 대상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가 대표적이다.

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다수의 임직원들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 구조, 그리고 향후 본인의 권리나 책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지적이 불거졌지만, 최근의 폭발적 주가 상승으로 인해 반발이 크게 줄었다는게 삼성전자 내부의 평가다.

잠정 합의안이 도출된 주된 이유도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조 입장에서는 당초 주장했던 성과인센티브(OPI) 상한을 폐지하지는 못했지만, 별도의 보상 체계를 확보했다. 심지어 특별성과급에는 지급 한도 상한도 없다. 적어도 10년간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수록 조합원이 받는 자사주 가치도 커지는 셈이다.

사측도 실익을 챙겼다. 기존 OPI 지급 방식과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노조의 추가 보상 요구를 흡수했다. 주식 지급을 통해 단기 현금 유출 부담도 줄였다. 직원 입장에서는 장기 재직과 주가 상승을 동시에 기대하게 되고, 회사 입장에서는 보상을 장기 기업가치와 연결하는 장치가 생긴다.

물론 10년이라는 적용 기간은 양날의 검이다. 노사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전제로 장기 보상 구조를 만들었지만 반도체 사이클은 예측이 어렵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빨리 꺾이거나 중국 경쟁사의 추격이 빨라질 경우 자사주 보상 효과는 약화될 수 있다. 노사가 향후 특별성과급 지급 기준을 200조원으로 설정한 3년 이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복합 사업구조는 남은 숙제

국내 주요 기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반복하고 있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노사 잠정 합의 타결 소식 직후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즉각 논평을 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영업이익만으로 사업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사례가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모바일경험(MX), 가전 등 성격이 다른 사업을 한 회사 안에서 운영한다. 이 구조는 대규모 투자와 내부 시너지 측면에서는 강점이지만, 어느 사업부가 성과를 만들고 어느 사업부가 비용을 부담하며 어떤 구성원이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시스템LSI가 엑시노스 개발 과정에서 감수하는 손익 부담, MX사업부가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채택하며 떠안는 제품 경쟁력 리스크, 파운드리가 갤럭시·엑시노스 일정에 맞춰 선단공정을 개발하는 구조는 모두 단순 회계 숫자만으로 성과를 나누기 어렵게 만든다.


기업거버넌스포럼과 같은 행동주의 단체가 공공연하게 인적분할만이 답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사업부를 분할 각자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삼성전자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이라면서 반도체, 파운드리, 컨슈머 3개 부문으로 분할을 주장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