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기반 보상 체계 개편…새로운 기준 주목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마련한 성과급 잠정 합의안이 국내 대기업 보상체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노사가 성과급 갈등을 단기 현금 배분이 아닌 자사주 기반 장기성과 보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주요 기업 노사 협상에서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도출된 새로운 절충점으로 주목받는다.

지난 20일 밤 삼성전자 노사가 서명한 잠정 합의 핵심은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 제도화다. 전액 주식 지급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직원의 장기 성과 보상, 미래 성장 기반까지 마련했다는 평가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해마다 20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경우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 10.5%의 재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상한은 설정하지 않는 대신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시 매각도 금지한다. 또, 상생협력 조항에 따라 DS부문 특별 성과급과는 별개로 DX부문과 CSS 사업팀에도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에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 합의안은 최종 가결되고 파업 관련 위기 상황도 완전히 종료된다.

반면 조합원 찬성이 과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잠정합의안은 부결되고 파업이 현실화한다. 노사는 다시 협상해야 한다.

증권가가 전망한 예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올해에만 DS 부문에 배분할 수 있는 성과급 총재원은 37조4535억원에 이를 추정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잠정 합의한 성과급 기준에 따르면 사업성과의 10.5%를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한다. 37조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15조원가량이 부문 재원으로 나머지 60%인 22조원 상당이 사업부 재원으로 돌아간다.

주주환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 특별성과급을 전액 주식으로 보상한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같은 방식으로 수령한 주식의 3분의 2는 즉시 매각이 제한된다. 37조원에 이르는 자사주 추가 매입이 예정되어 있지만 매도 물량은 제한된 셈이다. JP모건도 노조 합의 이후 향후 3개년 주주환원 업데이트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라면서 '비중 확대' 투자 의견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을 껐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삼성전자에서 누가 성과를 만들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보상을 받을 것인지와 같은 숙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