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배 빠른 5세대(5G) 이동통신' 광고가 소비자를 속였다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한 법원 판결이 이동통신사가 공정거래위원회 상대로 진행 중인 5G 과장광고 불복 소송에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법부가 28㎓ 주파수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속도 마케팅과 소비자 가입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이통 3사의 방어 논리가 한층 강화될지 주목된다.
10일 본지가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가 5G 품질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데 대해 배상을 요구한 소송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법원은 5G 상용화 초기 이뤄진 이통 3사의 속도 마케팅에 대해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이통사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통사가 광고 문구로 내건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는 표준상 이론 속도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며, 광고와 5G 계약간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5G 상품 가입은 단말기 교체 주기나 보조금 등 경제적 혜택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법원은 이통 3사가 가입자와 체결한 서비스 약관 어디에도 28㎓ 기지국 설치나 20Gbps 속도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가입시 음영지역 발생 및 속도 저하 가능성을 고지한 만큼 불완전이행이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Gbps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28㎓ 주파수 경우 기상 상황이나 장애물에 취약해 일상적인 통신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정부 역시 해당 주파수는 전국민 대상이 아닌 특정 지역 기업간거래(B2B) 용도로 사용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이통 3사가 공정위 과징금 제제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 주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앞서 공정위는 통신사의 5G 속도 마케팅이 거짓·과장 및 기만적 광고로 소비자를 오인시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과징금 33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같은 논리로 전개된 소비자의 민사소송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 제재의 핵심 논리인 '소비자 오인성'이 이번 소송을 통해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재판부는 5G 부당광고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렸다는 점에서 표시광고법 위반 가능성은 있지만, 곧바로 소비자 기망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행정법원이 민사소송과 유사한 논리를 채택할 경우, 이통사는 과징금을 상당부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이통사는 이번 판결을 기반으로 자사의 마케팅이 기술표준상 목표 속도를 제시한 통상적 영업 활동이었으며 법적 기망이나 부당이득 편취에 이르지 않았다는 입장을 행정재판 과정에서 적극 소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통사의 5G 마케팅 행위가 소비자에게 실질적 재산상 손해나 기망에 의한 계약을 유발하지 않았음이 법적으로 입증된 만큼, 다른 소송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