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의약품 유통업체의 대형화가 가속하면서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세 업체의 시장 진입이 여전히 활발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14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의약품 유통업체는 9곳으로 집계됐다. 2024년 7곳보다 2곳 늘었다. 2022년만 해도 1조원 이상 업체는 4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 1위는 지오영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한 3조484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백제약품(2조7508억원), 케어캠프(1조3185억원), 인천약품(1조2536억원), 지오영네트웍스(1조2302억원) 순이었다.
지오영네트웍스는 지오영 자회사로 약국 대상 의약품 유통과 영업을 담당한다. 지오영은 주로 병원 유통을 맡고 있다.
이 외에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공급하는 쥴릭파마코리아를 비롯해 복산나이스, 온라인팜, 비아다빈치도 연간 매출 1조원을 웃돌았다.
상위 업체 집중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의약품 유통업계 전체 매출은 약 36조원으로 추산됐으며 상위 10개 업체의 매출 비중은 42.8%를 기록했다. 2022년 39.8%였던 점유율은 2023년 40.8%, 2024년 41.7%로 꾸준히 상승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대형 업체가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위 3개 업체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업계 평균(9.1%)을 웃돌았다. 지오영은 16.3%, 백제약품은 21.5%, 케어캠프는 93.0% 각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물류 인프라와 정보기술(IT)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본력을 갖춘 대형 업체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병원과 약국이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중시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업체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양극화가 업계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 공개한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공급업체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의약품 도매업은 영업소와 창고를 갖춰야 한다. 창고 면적은 일반 의약품은 165㎡ 이상, 수입 의약품·시약·원료의약품 취급 업체는 66㎡ 이상이면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일수록 도산 위험이 낮고 자본력이 있어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지역 기반 영업만으로도 사업 유지가 가능해 영세 업체가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