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가 16일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노사가 정면 충돌했다. 경영계는 음식점업 등 영세 업종의 생존을 위해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법상 가능하지만 1988년 제도 도입 첫해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시행된 적이 없다.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경영 여건과 노동생산성 차이를 고려할 때 더 이상 일률 적용을 고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류기석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최저임금의 안정과 합리적 구분 적용”이라며 “노동계가 제시한 시급 1만2000원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 기반마저 위협하는 요구”라고 말했다.
류 전무는 숙박·음식업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가 2800만원으로 제조업(1억7000만원)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최저임금 미만율도 숙박·음식업이 31.6%로 제조업(3.7%)보다 8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종별 노동생산성과 임금 수준 차이가 명확한데도 단 하나의 기준만 강제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현실 적합성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특정 업종에 낙인을 찍는 차별이 아니라 고사 직전 업종에 숨통을 틔워 고용을 유지하게 하는 생존의 사다리”라며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명분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일자리”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음식점업 등에 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 있게 된다면 어느 노동자가 그곳에서 일하려 하겠느냐”며 “외국인 노동자, 여성 노동자, 청년 노동자 등에게 각종 딱지를 붙여 차별을 정당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용자위원들이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주장과 업종별 구분 적용 논리를 연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며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전날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16.3% 인상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고물가와 생계비 상승을 고려하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논의는 도급제 노동자 적용 확대 무산 이후 처음 열린 회의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부결된 데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