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모두 기각하면서 배달앱 시장 불공정행위 사건이 본안 심의 국면으로 넘어가게 됐다.
공정위는 17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쿠팡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10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한 결과 동의의결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자진 시정방안과 피해구제 대책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배민은 최혜대우 요구, 자사 배달서비스 우대,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등 3건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쿠팡은 최혜대우 요구 사건에 대해서만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쿠팡의 끼워팔기 사건은 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 심사관은 전원회의에서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건 성격, 시간적 상황, 공익부합성 등을 고려할 때 동의의결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다수의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건이며 경쟁제한 효과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동의의결 절차를 거치더라도 신속한 집행이 어렵고, 사업자들이 제시한 시정방안만으로는 훼손된 경쟁질서를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공정위는 일부 상생지원 방안이 기존에 시행 중인 프로모션과 중복되거나, 시정조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피해구제 규모도 충분치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배민은 동의의결 신청 과정에서 총 3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신규 입점업체 지원, 입점업체 마케팅 지원, 배달전문점 전환 지원 등이 포함됐다. 쿠팡은 16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 계획을 제출했다. 다만 공정위는 지원 규모 자체보다는 경쟁질서 회복 효과와 시정방안의 실효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의결이 무산되면서 사건은 본안 심의로 직행한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 10~11월 배민·쿠팡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송부했고, 양사도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동의의결 절차가 종료된 만큼 기존 심사보고서와 추가 제출된 의견서를 토대로 전원회의에서 본안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심은 과징금 규모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상 관련매출액과 조치의견을 공개했지만 최종 과징금은 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참고한 예상 과징금 범위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배민은 3개 사건의 예상 과징금 규모가 2390억~5100억원, 쿠팡 최혜대우 사건은 250억~420억원 수준이다.
다만 공정위는 배민배달 우대 건과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건이 동일·유사 행위에 대한 관련매출액을 기초로 산정된 만큼, 두 행위 모두 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를 고려해 최종 과징금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경우 별도로 상정된 끼워팔기 사건도 남아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와 와우멤버십 결합판매가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다. 심사보고서상 관련매출액은 쿠팡 매출액인 약 5조2600억원으로 산정됐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백브리핑에서 “동의의결 절차는 마무리됐고 본안 심의로 넘어가게 됐다”며 “심판관리관실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심의 일정을 잡으려 하고 있으며 연내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