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 초반부터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력 충돌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면서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 실패 시 “미국이 직접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휴전 기간인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통행료가 없을 것이며, 60일이 만료된 뒤에도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MOU 문구가 알려지면서 이란이 60일 이후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다만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이 중동 국가들의 수호천사로서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발생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한 목적으로 그것(통행료)이 미국에 의해, 미국을 위해 부과되는 경우는 예외”라고 적었다. 합의가 깨질 경우 이란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비용 보전을 위해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협상의 핵심 조건인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중단 약속도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9일 헤즈볼라와 휴전에 합의했으나, 불과 몇 시간 뒤인 20일 새벽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 10곳에 재차 공습을 감행했다. 이에 16명이 사망하는 등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이란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거세게 반발했다.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란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성명을 통해 “MOU 제1조 불이행 등 미국의 명백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약속 불이행에 대응하고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해 폐쇄를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면 협상의 불씨는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등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은 20일 스위스에 도착했다. 다만 이란 측은 “스위스행의 목적은 본협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MOU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MOU는 상호 연관된 패키지라서 한쪽이 이행하지 않으면 MOU 모두가 위태로워지는데 특히 1조는 가장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끄는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스위스로 출발했다. 그는 “보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다소 진정되고 있다”고 했다. 양국은 파키스탄 중재 아래 21일 스위스에서 첫 실무 회담에 돌입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