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의 '재생원료' 가치를 국가가 공식 인증하는 제도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국내 재활용 산업의 신뢰도를 높여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6개사와 한국환경공단이 참여하는 '배터리 재생원료 생산 인증제도 시범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생산공정에서 인증 방식을 검증한 뒤 내년 5월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배터리 재생원료 생산 인증제는 전기차 등에서 회수한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생산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소재가 폐자원에서 유래한 재생원료임을 정부가 공식 확인해주는 제도다. 인증 대상은 탄산리튬, 수산화리튬,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황산망간, 흑연, 복합금속침전물, 양극활물질 등 8종이다.
배터리 원료는 일반 소비재와 달리 분말이나 액체 형태로 생산된다. 이에 따라 개별 제품이 아니라 생산공정 단위로 인증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시범사업에서는 폐배터리가 블랙매스를 거쳐 최종 리튬·니켈 등 배터리 원료로 생산되는 전 과정의 물질 흐름과 수율을 검증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폐자원 투입량 대비 재생원료 생산량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재생원료가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공급되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에는 새빗켐, 성일하이텍, 에코프로씨엔지, 오르타머티리얼즈, 포스코HY클린메탈, 한국전구체 등 국내 주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이 참여한다. 참여 기업들은 폐배터리 확보부터 공정 투입, 최종 원료 생산까지의 운영 데이터를 제공하고, 한국환경공단은 현장 실사를 통해 공정별 원료 유실률과 제품 추적 방법론을 검증한다.
정부는 민관 워킹그룹도 운영한다. 공정 내 원료 혼입 입증의 어려움이나 영업비밀 보호 등 기업 애로사항을 제도 설계에 반영하고, 인증 신청부터 발급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는 온라인 관리시스템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재생원료 생산 인증제도 세부 운영지침'을 마련해 내년 초 고시할 예정이다. 내년 5월 제도 시행과 동시에 기업들이 즉시 인증을 취득해 해외 판매와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한승 기후부 제1차관은 “배터리 재생원료 인증제도는 해외 시장의 환경 규제에 대한 수동적 대응을 넘어, 우리나라가 세계 순환경제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발판이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기업의 제도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국제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대외적 신뢰성을 갖춘 정교한 인증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