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미래성장 심장으로]SK·삼성 896조 투자…정부, 인프라 총력 지원

삼성전자와 SK 등 첨단 기업들의 '서남권'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육성 계획과 입지 지원 전략을 30일 발표했다. 정부는 서남권을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심장이자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성장시킨다는 복안이다.

◇삼성·SK 역대급 투자에 지역경제 살아날 듯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는 각 기업의 미래 생존을 건 대규모 서남권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SK는 서남권에 약 4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생산시설) 2기를 건설하고, 1GW(기가와트)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새롭게 구축한다. 삼성전자 역시 총 425조원을 호남 지역에 투자해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팹 2기 및 국가 AI 컴퓨팅 센터 등을 짓기로 했다.

이러한 역대급 투자는 지역 경제 지도를 완전히 뒤바꿀 전망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서남권 반도체 투자로 인해 직접적인 팹 근무 일자리만 약 3만개가 새롭게 창출된다. 지역 내 전체 고용 유발 효과는 무려 1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현황 및 계획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현황 및 계획

◇정부, 삼성·SK에 매머드급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투자가 멈춤 없이 속도감있게 실행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산업통상부를 필두로 한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 전략'이다.

핵심은 반도체 팹 건설을 위해 기획된 서남권 맞춤형 인프라 구축, 이른바 'S.WEST' 추진이다. 시스템(S·system) 측면에서 '반도체특별법'에 따른 대통령 직속 '반도체 특별위원회'와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을 즉시 설치해 범정부 역량을 하나로 결집한다.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은 현장의 투자가 적기에 이루어지도록 관련 인프라 지원 방안과 세부 투자 이행 계획을 신속히 수립해 반도체 특별위원회에 직접 보고하고 이를 총력 지원하는 실무 밀착형 조직으로 운영된다.

전력(E·electricity)과 관련해서는 약 160만평 부지에 들어설 반도체 생산 라인 가동에 필수적인 약 6.3GW 규모의 발전 설비와 송전망을 신속히 조기 구축하고, 부지(S·site) 조성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5년 이내로 단축해 기업의 물리적 부담을 최소화한다. 인재(T·talent) 확보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Arm 스쿨 도입과 남부권 반도체 연합공대 설립 등을 추진해 현장이 즉시 필요로 하는 실무형 첨단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또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부수고 누구나 투자하고 싶은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메가특구법에 따라 서남권 내에 최소 1개 이상의 메가특구를 지정해 각종 규제를 '한방에' 해소할 방침이다. 클러스터 기반시설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은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최대 100%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키로 했으며,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지역별 차등 세제 혜택을 부여해 해외보다 유리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지방 투자와 정착을 강력히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도 대규모 부지, 양호한 우수 인력, 쾌적한 정주 여건을 바탕으로 서남권에 '기업형첨단도시' 선도모델을 신규 조성한다. 기업형첨단도시는 대규모 양산, 기술 실증, 연구 기능을 한 공간에서 동시 실현하는 뉴공간 프로젝트로,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모습으로 신속하게 조성된다. 인허가, 보상, 설계를 동시에 추진하고 부지 조성과 건축 공사를 일괄 연계 수행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전격 도입하며, 기업의 요구사항에 맞춰 도시계획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하고 공공지원 임대 전용 부지 제공까지 면밀히 검토해 맞춤형 입지를 공급한다.

우수 인력의 정주 여건(교통, 주거, 교육, 여가)도 개선한다. 호남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무안국제공항 등 주요 간선 교통망 간 연결성도 집중적으로 강화해 대중교통 서비스 등 도시 접근성 문제도 선제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남대 캠퍼스혁신파크, 광주 도심융합특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기존 인프라와 연계해 산학연 혁신 허브를 구축, 기업 연구와 창업 생태계가 동반 성장하도록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물 부족 우려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하루 65만톤 규모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확정했다. 동복댐 증고와 기존 댐 여유량 활용, 발전용수 전환 등을 통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용수 부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동복댐에서 하루 30만톤, 주암댐과 장흥댐에서 15만톤, 보성강댐에서 10만톤, 나주댐에서 10만톤 등 총 하루 65만톤의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기후부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동복댐은 현재 여유량 5만톤을 활용하고, 댐 높이를 높이는 증고 사업을 통해 하루 25만톤을 추가 확보한다. 주암댐과 장흥댐은 각각 미사용 생·공용수와 여유량을 활용하며, 보성강댐은 기존 발전용수 일부를 공업용수로 전환한다. 나주댐은 영산강 용수로 농업용수를 대체 공급해 절감되는 댐 용수를 산업용으로 활용한다.

이번 공급 계획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팹) 4기를 기준으로 마련했다. 동복·주암·장흥·나주댐과 광주 제1하수처리장 하수재이용수 등을 포함하면 하루 130만톤 이상 공급도 가능하지만, 현재 입주가 예정된 팹 4기의 용수 수요가 하루 65만톤 수준인 점을 고려해 우선 공급 규모를 확정했다. 정부는 입주 기업과 협의를 거쳐 취수시설과 관로 등 구체적인 공급 방식과 사업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