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재산처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자인 출원과 등록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
지식재산처는 AI를 활용해 창작한 디자인을 출원하려는 개인과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AI를 활용해 창작한 디자인에 대한 출원가이드'를 배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가이드는 AI 기술 발전에 따라 증가하는 디자인 출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다.
주요국 제도 동향과 산업 현장 의견을 반영해 AI 활용 디자인 등록 가능 여부와 창작·출원·심사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체계적으로 담았다.
가이드의 핵심은 AI를 활용한 디자인이라도 디자인보호법상 등록요건을 충족하면 디자인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단순히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디자인의 핵심적인 심미성을 사람이 직접 구상하고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했다는 '실질적 기여'가 인정돼야 한다.
예를 들어 형상과 비율, 색채, 구성 등 디자인 핵심 요소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수정·보완한 경우 사람의 창작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의자 디자인을 만들어줘”처럼 단순한 명령어만 입력한 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출원하는 경우 실질적 기여를 인정받기 어렵다.
지식재산처는 AI 활용 과정에서 보안 관리도 강조했다. 디자인 초안이나 제품 이미지가 AI 서비스 학습 데이터로 활용돼 외부에 공개될 경우 신규성이 상실돼 등록이 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출원인은 향후 창작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창작 의도와 사용한 AI 모델, 프롬프트 기록, 결과물 선택·수정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안내했다.
이밖에 AI가 기존 디자인과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출원 전 선행디자인 검색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원 단계에서 창작자와 출원인 기재 기준도 명확히 했다. 창작자에는 자연인만 기재할 수 있으며 AI 모델명은 기재 대상이 아니다. 사람의 실질적 기여 없이 사람을 창작자로 기재해 등록받을 경우, 추후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디자인권은 무효가 될 수 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그대로 제출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원근감과 조명, 배경 요소가 포함되거나 도면 간 형상과 비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출원용 도면에 맞게 수정·보완해야 한다.
심사 단계에서 사람의 실질적 기여 여부와 도면 일관성, 신규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필요하면 심사관이 창작 과정 기록이나 창작자 확인서 등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등록이 거절될 수 있다.
남영택 지식재산처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AI를 활용한 디자인 창작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출원인 혼선을 줄이고 원활한 권리화를 지원하기 위해 이번 가이드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주요국 제도와 AI 기술 발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디자인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