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메모리값 폭등에 中 저가폰 '직격탄'…AI 시대, 보급형 스마트폰 설 자리 좁아진다

DRAM·낸드 가격 급등에 제조사 원가 부담 확대…보급형은 기능 축소, 프리미엄은 AI 경쟁 가속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전반의 가격 구조를 흔들고 있다. 특히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저가형 스마트폰이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업계에서는 보급형 제품의 사양 축소와 가격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구성 다운그레이드'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웨이빙 샤오미그룹 사장 겸 파트너는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스마트폰 산업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통제하기 어려운 원가 상승으로 OLED 디스플레이와 전면 방수, 고강도 유리 등 과거 보급형 제품의 기본 사양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AI 서버 확산으로 촉발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스마트폰 제조원가를 크게 끌어 올리면서, 특히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보급형 시장 부담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90~95%, 낸드 플래시는 55~60% 상승했다. 2분기에도 D램은 58~63%, 낸드 플래시는 70~75% 오르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스마트폰 제조사 원가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전체 제조원가 10~15% 수준이던 메모리 비중이 현재는 20%를 넘어섰으며, 중저가 제품에서는 저장장치 원가 비중이 30% 안팎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따라 주요 제조사들은 올해 들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오포를 시작으로 샤오미, 비보, 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급 제품 가격을 수백 위안씩 올렸으며, 일부 플래그십 모델은 1000위안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플래그십 제품은 판매가격 자체가 높아 원가 상승을 일정 부분 흡수하거나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다. 반면에 보급형 스마트폰은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만큼 원가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테크 차이나] 메모리값 폭등에 中 저가폰 '직격탄'…AI 시대, 보급형 스마트폰 설 자리 좁아진다

QuestMobile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으로 1999위안 이하 가격 단말기 활성 사용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30.5%에 달했다. 결국 제조사들은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디스플레이와 저장공간, 카메라, 생체인식 등 하드웨어 사양을 낮추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일부 보급형 스마트폰에서는 LCD 패널과 워터드롭 노치 디자인, 측면 지문인식, 6GB 메모리 등 과거 중저가 제품에서 사용되던 구성이 다시 채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보급형 스마트폰 성능 하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에 화웨이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올해 출시한 'Enjoy 90' 시리즈는 기린(Kirin) 프로세서와 HarmonyOS, 120Hz 디스플레이 등을 적용하면서도 1299위안부터 판매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시장조사업체 BCI에 따르면 화웨이는 Enjoy 90 시리즈를 앞세워 중국 1000~2500위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10주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업계는 화웨이가 단말기 수익성보다 HarmonyOS 생태계 확대를 우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자체 운용체계(OS)를 보유한 만큼 하드웨어 마진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애플 역시 서비스 사업을 기반으로 일부 원가 부담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은 안드로이드 제조사들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36kr 홈페이지〉
〈출처:36kr 홈페이지〉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AI 확산이다. 과거 스마트폰은 성능 차이가 있더라도 카메라와 GPS, 각종 센서 등 기본 기능은 대부분 동일했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에는 단말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AI 성능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고성능 NPU를 탑재한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적용해 AI 추론과 멀티모달 기능을 지원한다. 반면에 보급형 칩셋 상당수는 독립적인 NPU 성능이 제한적이거나 관련 기능이 부족해 AI 경험에서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조사들이 AI 에이전트와 개인화 기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면서, 엣지 AI 성능이 부족한 보급형 제품은 향후 AI 활용성에서 프리미엄 제품과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단순한 원가 부담을 넘어 스마트폰 시장의 제품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경우 기존 보급형 제품은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하고, 빈자리는 사양을 대폭 낮춘 새로운 초저가 모델이 채우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AI 기능이 스마트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향후 보급형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차이는 단순한 성능이 아니라 'AI 경험의 유무'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