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에베레스트 오른 DJI 드론…촬영 넘어 물류·과학탐사 플랫폼으로 진화

DJI 에베레스트 여정 〈출처:36kr 홈페이지〉
DJI 에베레스트 여정 〈출처:36kr 홈페이지〉

DJI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드론 활용 범위를 다시 한번 확장했다. 항공 촬영을 넘어 고위험 물류 운송과 정밀 측량, 대기과학 연구까지 수행하며 산업용 드론 플랫폼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2026년 에베레스트 등반 시즌 동안 DJI는 남측과 북측 사면에서 각각 다른 임무를 수행했다. 남측에서는 화물 드론을 이용해 보급품과 폐기물을 운송했고, 북측에서는 수직이착륙(VTOL) 드론으로 해발 8861m 상공의 대기 데이터를 수집했다. 드론이 단순한 촬영 장비를 넘어 고위험 작업과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남측 사면에서 가장 큰 과제는 물류다. 매년 등반 시즌에는 산소통과 식량, 연료, 로프, 사다리 등 수십 톤에 이르는 장비가 베이스캠프와 상부 캠프로 운반된다. 사용을 마친 산소통과 각종 폐기물도 다시 하산시켜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쿰부 아이스폴(Khumbu Icefall)이다. 깊은 크레바스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빙하, 잦은 눈사태 위험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등반 구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수십 년 동안 셰르파와 가이드들은 이 구간을 직접 오가며 물자를 운반해 왔다.

DJI는 네팔 드론 서비스 기업 에어리프트(Airlift)와 협력해 FC100 화물 드론을 투입했다. FC100은 베이스캠프와 캠프1 사이를 오가며 보급품을 운반하고 하산 구간에서는 폐기물을 회수했다.

2026년 등반 시즌 동안 운송한 물자는 10톤 이상이며, 이 가운데 약 3톤은 고지대에서 수거한 폐기물이다. 사람이 수시간 동안 이동해야 했던 구간은 드론 비행 약 8분으로 단축됐다.

업계에서는 운송 시간 단축보다 작업자의 위험 노출 감소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셰르파가 위험 구간을 한 번 덜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 등반 난도를 낮춘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감당하던 위험 작업 일부를 기계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산업용 드론 활용 사례로 평가된다.

같은 지역에서는 DJI M4E 측량 드론도 운용됐다. M4E는 베이스캠프부터 쿰부 아이스폴과 캠프1 일대까지 센티미터급 3차원(3D) 지형 데이터를 구축했다.

그동안 안전한 등반 경로는 현장 경험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빙하는 지속적으로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기존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M4E가 구축한 정밀 3D 지도는 크레바스 위치와 빙하 변화를 디지털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향후 등반 안전성과 물류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 사면에서는 과학탐사 임무가 진행됐다. '피크 미션(Peak Mission)' 프로젝트에는 베이징대와 중국과학원 등 연구기관이 참여해 히말라야 대기 순환과 오염물질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이 확보하려던 것은 해발 8000m 이상에서의 오존과 에어로졸 입자 분포 데이터다. 그러나 기존 관측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지상 관측 장비는 특정 지점만 측정할 수 있고, 위성은 공간 해상도가 충분하지 않다. 기상관측용 풍선은 바람을 따라 이동해 회수가 어렵고, 일반 회전익 드론은 프로펠러 하강기류가 대기 시료를 교란한다. 유인 항공기는 배기가스로 시료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고정익 항공기는 활주로가 필요해 에베레스트 환경에서는 운용이 쉽지 않다.

DJI는 EV50 수직이착륙(VTOL) 드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