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축 했다고 살해 협박” 32년 전 악몽 재소환…귀국도 못한 콜롬비아 미드필더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하민톤 캄파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하민톤 캄파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하민톤 캄파스(26)가 경기 직후 살해 협박을 받으면서 대표팀과 함께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콜롬비아축구협회는 11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캄파스와 그의 가족을 향한 협박을 강하게 규탄했다. 협회는 “국가를 대표해 경기에 나선 선수가 경기 결과를 이유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며 수사당국에 협박 게시물 작성자를 신속히 찾아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캄파스는 지난 8일 열린 스위스와의 월드컵 16강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다. 연장 후반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지만, 왼발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나면서 결승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고 캄파스는 세 번째 키커로 성공했지만, 콜롬비아는 끝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탈락 직후 비난은 캄파스에게 집중됐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족까지 겨냥한 협박과 욕설이 이어졌고, 일부는 살해를 암시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AP통신은 캄파스가 신변 안전을 우려해 대표팀 귀국 일정에 합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캄파스는 SNS를 통해 팬들에게 자제를 호소했다. 그는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과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기대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이 누군가를 두려움 속에 살게 하거나 증오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콜롬비아 축구가 겪었던 비극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귀국 후 총격으로 숨졌다. 월드컵 패배의 책임이 한 선수에게 집중되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지금도 축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비극 중 하나로 남아 있다.

32년이 지난 지금도 경기 결과를 둘러싼 과도한 비난이 온라인을 넘어 선수의 신변까지 위협하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