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를 손질하다 단면 중앙에 동그란 구멍이 생긴 모습을 발견하면 대부분 상했거나 벌레가 파먹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가운데가 비어 있다고 해서 모두 버려야 하는 감자는 아니다. 대부분은 재배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현상은 '중심공동(Hollow Heart)'으로 불린다.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속이 빈 감자를 먹어도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중심공동 자체는 부패와는 다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중심공동은 감자가 짧은 기간 급격히 자라면서 내부 조직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중심부에 빈 공간이 생기는 현상이다. 비가 내린 뒤 많은 수분을 흡수했거나 생육 후반 감자가 빠르게 커질 때 발생하기 쉽다.
감자 냄새가 정상이고 변색이나 곰팡이, 점액질이 없다면 대부분은 먹어도 무방하다. 다만 공동 주변은 식감이 다소 푸석하거나 단단할 수 있어 해당 부분만 도려내고 조리하면 된다. 반대로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중심부가 검게 변해 물러져 있다면 실제 부패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곰팡이나 점액질이 보이는 감자 역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들이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속 빈 감자가 아니라 초록색으로 변한 감자다. 감자 껍질이나 과육이 녹색을 띠면 독성 물질인 솔라닌 함량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솔라닌은 메스꺼움이나 구토, 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녹색으로 변한 부분은 충분히 제거하거나 변색 범위가 넓다면 섭취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감자 가운데의 빈 공간은 흔히 나타나는 생리장해일 뿐인 경우가 많다. 구멍 하나만으로 버리기보다 냄새와 변색, 곰팡이 등 실제 부패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 기준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