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계획 발표를 앞두고 금융에 이어 산업 분야 공공기관 노동조합까지 연쇄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수출 지원 생태계 훼손에 따른 국가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한데다, 정주 여건을 무시한 강제 이전에 따른 직원 고용 불안과 혼란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23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노조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26일 '5극 3특' 체제를 중심으로 한 지역 성장엔진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지역균형발전 계획 및 공공기관 2차 이전 발표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상은 수도권에 남아 있는 350개 공공기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 반발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에 이어 한국무역보험공사 노조까지 전선에 가세해 금융·산업 지원 생태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무보 노조는 최근 부산시 등이 무보를 핵심 유치 대상으로 거론하자 별도 성명을 내고 실력 행사에 나섰다. 기수별 성명 발표와 함께 현재 지방 이전 대상으로 알려진 타 공공기관 노조와 연대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노조 측은 무보가 직접 대출 위주의 기관과 달리 보험과 보증을 매개로 민간 금융과 연결해 수출금융을 창출하는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보 노조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무역보험 수요와 협업해야 할 민간 금융 네트워크가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본점이 지방으로 갈 경우 지원 속도와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소기업 총수출액 약 1200억달러 중 서울·경기·인천 비중이 63%(759억달러)에 달하며,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수출액의 73%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무보 노조는 전체 수출의 70% 이상이 몰린 최대 수요처와 시중은행 본사 등을 두고 지원 기관만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국가 수출 경쟁력 훼손의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금융 공공기관 노조 집단행동도 확산하고 있다. 금감원·예보 노조는 24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지방 이전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회사 본점 91.6%가 수도권에 밀집한 현실에서 감독기구를 자본시장 중심지와 분리하는 것은 전례 없는 비효율이라고 반발했다. 예보 노조 역시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지방 이전 시 5년 차 미만 직원의 계속 근무 의향이 12%에 불과하다며 인력 이탈을 경고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이전 강행 시 다음달 4일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수도권에 있는 다른 공공기관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20~30대 젊은 직원의 이직 고민은 물론, 자녀 교육과 가족 부양 등으로 생활 기반을 급작스레 바꿀 수 없는 40~50대 간부도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역 정주율 제고를 이유로 통근버스 운행마저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주말 출퇴근길마저 막히자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다만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전 대상 기관과 발표 시기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