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법원이 장기간 근무한 항공 승무원의 유방암 발병 원인으로 우주 방사선 노출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26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바욘 법원은 전직 에어프랑스 승무원 소피 레노(59)가 제기한 소송에서 우주 방사선을 직업상 발암 위험 요인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법원은 우주 방사선 외에도 기내 간접흡연과 장시간의 야간 근무를 발병 원인으로 함께 지목했다. 에어프랑스는 원고가 근무하던 2000년까지 기내 흡연을 허용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암 치료를 마친 레노는 조기 퇴직 권리를 확보했으며 향후 관련 치료비 전액을 프랑스 국영 보건 시스템으로부터 지원받게 됐다. 승무원의 유방암 발병에 대한 직업적 위험성이 법적으로 인정되면서 유사한 취지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승무원 및 사무장으로 근무한 레노의 누적 비행시간은 총 1만2600시간에 달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야간 비행이었다. 특히 파리발 장거리 고고도 비행 노선 특성상 북극권 상공을 자주 통과하면서 태양 및 외계 입자에서 유래하는 우주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에어프랑스 측은 법원의 결정 근거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승무원과 조종사는 방사선 관련 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직군으로, 전체 사망 원인의 약 6.7~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자력 기술자 등 기타 방사선 노출 직업군보다 높은 수치다. 일반 관측에 따르면 지구 자기장의 차폐 효과가 약한 극지방 고고도 비행 시 우주 방사선 노출 강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국내에서도 승무원의 우주 방사선 노출에 따른 산업재해 인정 사례가 있다. 지난 2023년에는 26년간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다 위암으로 사망한 승무원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 바 있다. 이어 2025년에는 10년 동안 근무 중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승무원 A씨 역시 산재 판정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전리방사선이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을 명시하며, 방사선은 최소 선량에서도 위험을 유발할 잠재성이 있으므로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안전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