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과 함께 반도체 성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와 GPU·NPU 등 AI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우주·국방 분야까지 반도체가 담당하는 역할이 확대되면서 '얼마나 빠른가'만큼 '얼마나 안정적으로 오래 작동하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큐알티는 이러한 반도체 신뢰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기업이다. 수십 년간 축적한 신뢰성 평가·분석 기술과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 온 큐알티는 최근 AI·HBM을 비롯해 자동차, AI 데이터센터, 우주·국방용 반도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시대에는 단품 반도체 신뢰성을 넘어 실제 AI 서버와 시스템이 장시간 고부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큐알티 역시 반도체 단품에서 카드와 서버, 시스템으로 평가 범위를 넓히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규복 큐알티 대표는 “시장이 열린 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반도체가 등장하기 전부터 신뢰성 검증 기술을 준비하겠다”고 말한다. 이것이 큐알티가 그리고 있는 미래다.
이 대표에게 AI와 HBM을 넘어 자동차, 우주·국방, 양자 등 미래 반도체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반도체 신뢰성 평가·분석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큐알티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큐알티를 반도체 신뢰성 평가 전문기업으로 알고 있다. 큐알티는 어떤 회사인지 쉽게 설명해 달라.
△큐알티는 반도체가 실제 제품과 시스템에 적용된 뒤에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해 해결 방향까지 제시하는 반도체 신뢰성 평가·분석 전문기업이다.
범용 반도체는 물론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자동차용, 국방·우주용 반도체까지 폭넓게 다룬다.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장비 기업의 공정과 제품도 분석하며, 현재 국내외 약 2200개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다.
쉽게 말해 큐알티는 반도체가 시장에 출시되기 전부터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반도체 신뢰성 검증 파트너'다. 단순히 시험 결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분석 역량까지 갖춘 것이 핵심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신뢰성 평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AI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가 확대되면서 '신뢰성'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가.
△반도체의 성능과 활용 분야가 고도화될수록 신뢰성의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AI 반도체는 높은 전력과 발열, 장시간 고부하 연산을 견뎌야 한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극저온과 고온은 물론 진동과 충격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과거에는 반도체 자체가 고장 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신뢰성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사용 환경을 얼마나 정밀하게 구현하고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가 중요해졌다.
결국 반도체 신뢰성은 '제품의 고장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실제 환경에서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
-큐알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큐알티만의 기술력이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큐알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약 40년에 걸쳐 축적한 현장 경험과 전문 인력이다.
반도체 신뢰성 문제는 정해진 시험 절차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해결 방향을 찾는 역량이 필요하다. 큐알티는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실제 해결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하나는 현장에서 축적한 분석 노하우를 장비 개발로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큐알티는 신뢰성 평가와 분석에 필요한 장비를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국내외 시장에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RF 반도체와 우주·국방용 반도체 등 특수 분야까지 기술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우주 환경에서는 방사선이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큐알티는 방사선 조사와 분석을 통해 실제 우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검증하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우주용 반도체 평가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주에서는 반도체에 문제가 생겨도 지상처럼 즉시 교체하거나 수리할 수 없다. 작은 부품 하나의 고장이 고가의 위성이나 우주 시스템 전체의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우주 환경에서는 방사선이 반도체의 성능과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계 단계부터 이에 대비해야 하며, 실제 탑재 전에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큐알티는 반도체에 방사선을 조사해 손상 여부와 한계 조건을 분석하고, 실제 우주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한다.
국내 기관뿐 아니라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해외 시험기관과도 협력하고 있다. 자체 시험과 해외 시험 결과를 종합해 고객사가 실제 위성이나 로켓에 반도체를 탑재할 수 있도록 신뢰성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AI 반도체가 큐알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AI 서버와 GPU, HBM 등 고성능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큐알티의 사업 기회도 확대되고 있는가.
△AI 반도체의 확산은 신뢰성 평가의 대상을 '칩 단품'에서 '시스템 전체'로 확장시키고 있다.
HBM과 GPU 등 고성능 반도체는 단품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해서 충분하지 않다. 실제 AI 서버에 장착된 카드와 시스템 전체가 장시간 고부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AI 서버는 높은 전력과 발열 속에서 장시간 운영된다. 따라서 실제 서버 환경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고, 이상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원인을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큐알티도 반도체 단품을 넘어 카드와 시스템 수준까지 평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성능만큼이나 안정적인 장기 운영 능력이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에 관련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HBM 시대에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큐알티가 HBM 및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HBM의 핵심 과제는 '적층 구조의 신뢰성'이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결 부위와 접합부의 미세한 결함이 제품의 성능과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새로운 접합 기술이 적용되면서 분석 방식도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큐알티는 HBM의 적층 구조와 접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 결함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분석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첨단 메모리가 더욱 고집적화될수록 '보이지 않는 결함'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AI 반도체 신뢰성'은 기존 반도체 신뢰성과 무엇이 다른가.
△AI 반도체 신뢰성의 핵심은 실제 구동 환경에서 발생하는 '열과 부하'를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하느냐에 있다.
AI 반도체는 높은 전력으로 장시간 연산하기 때문에 특정 부위에 열이 집중될 수 있다. 이러한 열이 반복적으로 축적되면 반도체와 패키지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칩의 온도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프로그램을 구동하면서 어느 부위에서 열이 발생하는지, 그 열이 제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특히 여러 개의 칩이 탑재된 AI 서버용 카드를 실제로 동작시키면서 다양한 온도와 부하 조건을 적용해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장기간 사용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시스템 운영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큐알티는 실제 AI 서버와 유사한 환경에서 장시간 연산을 수행하며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관련 정밀 분석 장비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AI 서버를 넘어 데이터센터 환경 자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사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나. 자율주행과 SDV가 확산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의 신뢰성 기준도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큐알티가 바라보는 기회는 무엇인가.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반도체 신뢰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에는 NPU, GPU, CPU, MPU를 비롯해 메모리, 센서, 무선통신 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다양한 반도체가 탑재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반도체의 역할과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일반적인 전자기기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한다. 극저온과 고온, 지속적인 진동과 충격을 견뎌야 하며, 전기차 확산으로 전력반도체에는 높은 전압과 발열까지 고려해야 한다.
큐알티는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국제 자동차 규격에 맞춘 평가와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EC-Q, ISO 26262 등 주요 안전·신뢰성 기준에 맞춰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큐알티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경쟁력은 무엇인가. 미국·대만·일본 등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 큐알티가 어떤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는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반도체가 등장할 때마다 그에 맞는 평가 기술과 장비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뿐 아니라 NPU·GPU·CPU, 밀리미터파 RF·모뎀 반도체, 우주·국방용 특수 반도체 등 새로운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큐알티는 국내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위성·로켓, 휴대폰, 서버 관련 기업 등 2200여개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기존 평가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등장하기 전에 필요한 신뢰성 검증 방법과 장비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설과 장비 투자를 강화하고 연구개발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찾는 신뢰성 평가·분석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큐알티가 앞으로 가장 집중해야 할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5~10년 뒤 어떤 회사로 성장하고 싶은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은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주·국방용 반도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미래 반도체 분야다.
우주·국방 분야에서는 방사선과 같은 특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신뢰성 검증 역량이 핵심이다. 큐알티는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국내외 기관 및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국내에서 개발된 반도체가 실제 위성과 로켓에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검증하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자반도체와 생체반도체 등 아직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은 미래 반도체 분야도 선제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열린 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전부터 그 기술에 필요한 신뢰성 검증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다.
큐알티는 앞으로 단순한 반도체 신뢰성 평가 기업을 넘어 미래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자 미래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품이 실제 시장과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검증하는 과정 역시 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다.
큐알티는 국내 반도체 설계·공정·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뢰성 검증과 분석 분야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국내 기업 지원을 넘어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한국에서 축적한 신뢰성 평가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궁극적으로 큐알티는 '글로벌 반도체 신뢰성 평가·분석 기업'을 넘어 AI, HBM, 자동차, 우주·국방, 양자 등 미래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 파트너로 성장하고자 한다.
〈이규복 큐알티 대표〉
이규복 대표는 1992년부터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부원장과 석좌연구위원으로 34년간 근무하고, 2026년 2월부터 큐알티에서 사업총괄 사장을 거쳐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반도체, 자율자동차 등 R&D 기획·전략 담당 디바이스 CP를 근무했고, 2023년에는 반도체공학회장을 역임했다. 국무총리표창, 해동기술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