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노사 각각 0.1%P 인상…정부 지원도 9000억원으로
2028년 ‘일·가정 양립 계정’ 신설…육아휴직급여 별도 관리
특고·프리랜서도 소득 기반 고용보험 단계적 확대

정부가 22년 만에 구직급여 지급체계를 손질한다. 주 5일 근무에도 주 7일분을 지급하던 구직급여에서 무급휴일을 제외해 주 6일분만 지급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의 월 구직급여는 현행 198만원에서 약 170만원으로 낮아진다. 대신 지급기간을 늘려 전체 수급액은 그대로 보장한다. 내년부터 노동자와 사용자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율도 각각 0.1%포인트(P)씩 올라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은 1.8%에서 2.0%로 인상된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을 심의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노동계·경영계·전문가 등이 참여한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16차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방안이다. 정부는 연내 관련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2004년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후에도 22년 동안 유지돼 온 구직급여 지급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구직급여는 1995년 도입 당시 주 6일 근무를 전제로 임금과 마찬가지로 주휴일을 포함한 7일분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주 5일제가 도입된 뒤에도 무급휴일까지 구직급여가 지급되면서 최저임금 노동자는 일을 할 때보다 실직했을 때 월 소득이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의 세후 월 소득은 약 193만원인 반면 구직급여는 월 198만원이다.
정부는 앞으로 무급휴일을 지급일에서 빼 주 6일 기준으로 구직급여를 지급한다. 이에 따라 150일 수급자를 기준으로 하한액 적용자의 월 구직급여는 198만원에서 170만원, 상한액 적용자는 204만원에서 175만원으로 줄어든다. 2027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면 각각 176만원과 181만원 수준이다.
다만 총 지급액과 법정 지급일수인 120~270일은 줄이지 않는다. 지급일을 실제 달력 기준으로 분산하는 방식이어서 150일 수급자의 경우 실제 급여를 받는 기간이 약 5개월에서 5.8개월로 늘어난다. 150일 기준 하한액 수급자의 총액 990만원, 상한액 수급자의 1020만원은 그대로다.
구직급여 상한액 산정 방식도 바꾼다. 지금은 상한액을 정액으로 정해 최저임금에 연동되는 하한액이 오르면 상한액을 추월하는 문제가 반복됐다. 앞으로 상한액을 하한액의 103%로 연동해 역전을 막는다.
조기재취업수당도 대폭 손질한다. 현재는 재취업 후 월 소득이 574만원 이상일 때만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이를 300만원 이상으로 낮춘다. 조기재취업수당이 없어도 취업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까지 재정을 투입하는 '사중손실'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노동부는 브리핑에서 개편 대상이 연간 3만명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보험 재정구조도 대수술한다. 정부는 2028년 가칭 '일·가정 양립 계정'을 신설해 현재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하는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사업을 별도로 떼어낸다. 모성보호급여 지출은 2022년 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은 수입 15조7000억원, 지출 17조4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 7조7000억원을 고려하면 실질 적립금은 마이너스 6조원이다.
재원은 노·사·정이 함께 부담한다. 우선 2027년 노동자와 사용자의 보험료율을 각각 0.1%P 인상해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현행 1.8%에서 2.0%로 높인다. 정부도 일반회계 전입금을 올해 6000억원에서 내년 9000억원으로 50% 확대한다. 2028년 일·가정 양립 계정이 만들어지면 인상분을 새 계정으로 넘기고 기존 보험료 가운데 추가로 얼마를 이관할지는 모성보호 지출 추이를 보고 결정한다. 정부는 2029년까지 일반회계 지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고용보험의 문턱도 근로시간에서 소득 중심으로 바뀐다. 노동자는 월 60시간 이상 근무 여부 대신 월 보수 8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국세청 소득자료를 활용해 미가입자를 찾아낸다. 구직급여 산정 기준 역시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서 1년 평균 월 보수로 전환한다.
특수고용·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도 2028년부터 국세청에 소득이 신고되는 '인적용역 사업소득자'를 중심으로 고용보험 적용을 대폭 확대한다. 2027년 1월부터는 보험설계사 등 4개 직종의 적용범위를 우선 확대하고, 이후 원칙적으로 인적용역 사업소득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되 적용이 어려운 일부만 제외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박일훈 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거의 20년을 끌어온 과제로 완벽한 제도를 한 번에 만들려고 하다 보니 계속 공전했다”며 “이번 개편은 일단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가정 양립 계정을 신설해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노·사·정 공동 분담으로 튼튼한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방안은 노·사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