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의 가능성을 창업과 성장으로 잇다

모두의 창업이 넓혀가는 지역 창업의 성장경로
강정범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강정범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지역에서 창업 현장을 오래 지켜보며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것이 있다. 지역에 좋은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해결해 보려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모두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생각을 꺼내놓을 곳이 있어야 하고, 이를 함께 고민해 줄 전문가를 만나야 하며,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하고 투자와 사업화로 연결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의 창업가에게 부족했던 것은 어쩌면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의 연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올해 처음 시작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이하 '모두의 창업')는 이러한 가능성을 우리 사회가 다시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1차 모집에는 약 6만3000 명이 도전했다. 정부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전체 신청자의 53.4%가 지역 도전자였으며, 39세 이하 청년층도 68%를 차지했다. 중기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차 추진계획에 따르면, 창업 도전 의향은 13.5%포인트 높아지고, 창업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28.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하나의 창업지원사업에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잠재돼 있던 창업에 대한 관심과 도전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남의 현장에서도 비슷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오랫동안 연구해 온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는 직장생활이나 일상 속에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아이디어의 출발점도, 도전자의 연령과 경험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처음으로 외부에 설명하고, 멘토와 함께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사업의 가능성을 구체화해 나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지역 창업정책이 앞으로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창업정책은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창업자를 찾아내고 지원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물론 우수한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창업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그보다 한 단계 앞선 질문도 필요하다.

'아직 창업가가 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창업생태계 안으로 들어오게 할 것인가.'

완성된 사업계획서와 검증된 기술을 가진 사람만을 기다려서는 새로운 창업가의 저변을 충분히 넓히기 어렵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전문가에게 평가받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창업'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더 많은 국민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창업' 1차에서는 5천 명의 창업 인재가 선발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6만 명이 넘는 국민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선정되지 않은 도전자에게도 재도전 멘토링을 제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에서 한 번의 실패와 탈락을 끝으로 보지 않고, 그 경험까지 다음 도전의 자산으로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된 '모두의 창업' 2차는 이러한 철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는 '모두의 창업' 2차의 선발 규모를 1만 명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예비창업자를 80% 이상, 비수도권 도전자를 70% 이상 선발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정책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창업 경험이 없는 국민과 지역의 잠재적 창업가를 적극적으로 창업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정책적 방향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선발 이후'다.

지역에서 발굴된 창업가가 지역 안의 지원사업 몇 개를 거쳐 끝나는 구조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에서 시작하되 전국의 투자자와 만나고, 대·중견기업과 협력하며, 더 큰 시장과 글로벌 무대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은 창업가가 머물러야 하는 경계가 아니라 더 큰 시장으로 출발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만으로도, 하나의 창업지원기관만으로도 부족하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술과 인재를 연결하고, 창업지원기관은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체화하며, 투자기관과 선배 창업가는 성장의 다음 단계를 연결해야 한다. 대·중견기업과 공공기관 역시 시장과 실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결국 좋은 지역 창업생태계란 지원사업이 많은 지역이 아니라,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다음 단계로 끊김 없이 연결되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준비된 창업가를 찾아 지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아직 자신의 생각이 창업 아이디어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첫 번째 문을 열어주고, 그 도전이 멈추지 않도록 지역의 대학과 창업기관, 전문가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어야 한다.

'모두의 창업' 2차 모집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모집의 진정한 의미가 단순히 1만 명의 도전자를 다시 선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1차가 우리 사회에 숨어 있던 창업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 과정이었다면, 2차는 그 열망을 지속 가능한 창업문화와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바꾸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혁신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이디어의 유무가 아니라, 이를 발굴하고 발전시켜 지속적인 도전과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의 존재 여부다.

지역에 부족한 것은 가능성이 아니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연결하고, 성장시킬 기회다.

'모두의 창업'은 지역에서 발굴된 가능성이 도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창업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성장경로를 만들어갈 것이다.

강정범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river4171@ccei.kr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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