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게임쇼(TGS) 2026이 17일 막을 올린 가운데 세가와 캡콤 등 일본 대표 게임사 부스는 개막 직후부터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년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인기 지식재산(IP)의 신작을 직접 체험하려는 팬들이 몰리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조금 떨어진 한국 게임사 부스에서는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IP가 일본 이용자의 선택을 기다렸다.
30주년을 맞은 올해 TGS에서는 강력한 기존 IP 팬덤과 새로운 팬덤을 만들려는 게임사의 경쟁이 선명했다. 단순 시연을 넘어 캐릭터와 세계관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고 포토존과 굿즈, 무대 행사를 결합해 이용자가 게임뿐 아니라 IP 자체를 경험하도록 하는 전시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
◇K게임, 신규 서브컬처 IP로 승부
국내 게임사 가운데서는 신규 서브컬처 IP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넥슨은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서브컬쳐게임 파레이돌리아의 플레이 빌드를 처음 공개했다.

엔씨는 디나미스원이 개발하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내세웠다. 현실과 마법이 공존하는 가상의 '89년 도쿄를 배경으로 한 신전기 마법 RPG다.

두 작품의 부스는 공교롭게도 서로 마주보도록 자리했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개발사 디나미스원은 넥슨게임즈 출신 개발진이 설립한 회사다. 과거 함께 일했던 개발진이 각각 내놓은 신규 서브컬처 IP가 일본에서 나란히 첫 시연에 나서며 묘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넷마블은 일본과 글로벌에서 이미 팬덤을 확보한 IP를 게임으로 확장했다. 일본 인기 만화·애니메이션을 처음 게임화한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은 원작의 세계와 캐릭터를 재현하면서 태그 전투를 더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는 원작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않은 성진우의 27년간 군주 전쟁을 게임으로 풀었다. 각각 일본 원작 IP와 한국 웹툰 기반 글로벌 IP를 활용해 기존 팬덤을 게임 이용자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게임에서 'IP 체험'으로 넓어진 전시
국내 게임사의 전시 방식도 게임 시연에서 IP 전체를 경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스마일게이트는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와 '데드 어카운트: 두 개의 푸른 불꽃'을 각각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미래시는 4면 LED 타워와 대형 LED 게이트를 통해 캐릭터 비주얼을 전면에 내세우고 일본 유명 코스어와 버튜버가 참여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데드 어카운트는 만화책을 형상화한 대형 게이트와 스마트폰 형태 LED로 원작 분위기를 살리고 개발자·성우·코스어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NHN의 일본 자회사 NHN플레이아트는 2018년 이후 8년 만에 TGS 단독 부스로 돌아왔다. 약 133평 공간에 '라인 디즈니 츠무츠무' '요괴워치 뿌니뿌니' '#콤파스' 등 장수작과 '도검난무파즈기리' '환상세계의 푸치포용' 'OVER RUSH' 등 신작을 함께 배치했다. 포토존과 가샤, 스테이지 등으로 오래된 팬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신작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기존 작품은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과 체험 콘텐츠로 오래된 팬을 다시 불러들이고 신작은 시연과 굿즈로 새로운 이용자와 접점을 만들었다. 일본에서 장기간 축적한 팬덤을 유지하면서 신작으로 관심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시프트업도 '스텔라 블레이드' 닌텐도 스위치2 버전을 일반 이용자에게 처음 시연했다. 기존 콘솔에서 구현한 액션성과 비주얼을 휴대용 기기에서도 최대한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적화한 점이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공동관·인디도 글로벌 시장 노크
대형 게임사만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78㎡ 규모 한국공동관을 마련해 국내 게임사 15개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세피리아' '크로노 서울' '페이탈 클로' '인터스케이프' '마녀의 정원' 등 PC·콘솔·모바일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컴투스홀딩스는 엔데브게임즈가 개발한 액션 메트로배니아 '페이탈 클로'를 한국공동관에서 시연했다. MK스튜디오의 퍼즐게임 '스페이스 리볼버'도 충남콘텐츠코리아랩 부스에서 최신 빌드를 공개했다.
인디게임의 존재감도 커졌다. 대형 퍼블리셔 부스 사이에서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게임성을 앞세운 소규모 개발사 작품을 찾아다니는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요시다 슈헤이 전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 대표도 “일부 중국 업체 부스가 빠졌음에도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더 붐비는 느낌”이라며 “특히 인디 관련 게임과 부스가 좋고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인디게임의 수준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게임 '인터스케이프'도 직접 언급했다.
◇中 대형사 빈자리... 日 장수 IP 팬덤은 여전
올해 전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최근 글로벌 게임쇼에서 존재감을 급격하게 키운 중국 대형 게임사의 B2C 전시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텐센트 레벨인피니트와 넷이즈 등 주요 업체가 대형 소비자 부스를 꾸리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 게임스컴에서는 중국 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경색된 중·일 외교 관계가 일본 내 전시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중소 게임·기술 기업은 여전히 참가해 중국 게임업계 전체의 철수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대형 게임사가 빠진 자리에서도 일본 게임사의 IP 팬덤은 강력했다. 세가와 캡콤 부스에는 개막 직후부터 인기 시리즈 신작을 체험하려는 관람객이 몰렸다. '소닉' '페르소나' '몬스터헌터' '스트리트 파이터' 등 오랜 시간 축적한 IP를 신작 시연과 대형 조형물, 포토존, 무대 행사로 확장하며 팬을 끌어모았다.
지바(일본)=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