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극심했던 2022년보다도 50% 넘게 늘어나면서, 금융감독원도 보험사 분쟁 처리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한 현장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21일 손해보험협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접수된 손보사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총 2만8776건으로 집계됐다. 중복·반복 신청을 제외해도 1만9155건에 달한다.
이는 작년 상반기(1만8090건)보다 1만686건, 59.1% 급증한 규모다. 작년에도 분쟁조정 신청이 전년 동기보다 2.4% 늘며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증가폭이 가팔라진 모습이다.

특히 백내장 보험금 지급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2022년도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기 상반기 분쟁조정 신청은 1만8571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보험사들이 백내장 과잉진료에 대응해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면서 보험금 부지급 등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올해는 2022년보다도 1만205건, 55.0%나 큰 규모다.
최근 갈등 역시 보험금 지급 단계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상반기 손보사에 접수된 전체 민원 2만2001건 가운데 보험금 지급·보상 관련 민원은 1만6148건으로 73.3%를 차지했다. 상품별로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등이 포함된 장기보장성보험 민원이 1만3696건으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보험이 5776건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업계는 올해 민원 증가 이유로 최근 AI 활용이 확산됐다는 점을 꼽고 있다. AI가 복잡한 보험 약관과 법적 쟁점 등을 분석해 민원·분쟁조정 신청을 지원할 정도로 보험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이에 더해 보험사들이 비급여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기조가 더해지면서, 관련 분쟁과 민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분쟁이 급증하자 금감원도 직접 현장점검에 나선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7일부터 보험 부서 합동 '분쟁 현장 신속처리반'을 가동해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오는 10월30일까지 손보사 10곳과 생보사 4곳을 순차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제출한 '분쟁 민원 관리 전략' 적정성과 이행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민원이 더욱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달부터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가 치료 적정성을 검증받게 하는 '8주룰'이 시행됐다. 앞으로 경미한 부상을 입은 자동차사고 환자는 추가 치료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 5월 도입된 5세대 실손보험도 비급여 보험금 누수를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5세대 실손보험으로 세대 전환이 시작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형과 보험사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부문과 회사에서 민원·분쟁이 증가했다”며 “AI 확산,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