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뒤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비공개는 당초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이었다며 협상 경위를 공개하고 합의 부인이 양국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추가 조치 검토까지 예고했다. 국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으로 번진 사안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의 책임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셈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7일(한국시간) 입장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합의에 위반한 일방적 공개와 이에 이은 비공개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소식통은 언론에 “비밀 유지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흘리는 등 진실 공방 양상이 빚어졌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의 비공개 여부를 두고 정치적 공방이 일었다.
이 대통령의 미국 뉴욕·멕시코 순방에 동행했던 성 수석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의 협상 과정을 대거 공개했다. 순방에 함께했던 청와대 핵심급 참모가 한국 도착 직후 입장문을 낸 것도 모자라 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의 기조가 강경대응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청와대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비공개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군 포로를 거래 대상으로 활용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자국 내 비판을 우려했다는 취지다.
성 수석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문제는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안보, 외교, 국방 및 인권에 관한 매우 민감한 문제로 오랫동안 치밀하게 논의되어온 사안”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우리측과 수차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포로송환 문제를 협의하며 협의 과정에서 '한국송환 시 다수의 자국 포로들과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국내 비난여론이 있을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이니 한국 송환사실을 비공개하자'며 보안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측 역시 포로 당사자와 가족들의 안전문제와 외교 안보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비공개에 합의하고 송환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포로송환 문제에 있어 충분한 사전설명이나 구체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금번 유엔총회에서 대통령 연설을 통해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전격공개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에 따라 국내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므로 이재명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에 반한 공개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자,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협의나 양해는 물론 사전통보조차 없이 사실과 다르게 '비공개를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의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또 공식적인 해명·사과와 함께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성 수석은 “우크라이나 측이 양국간 비공개합의를 어기고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매우 중대한 문제지만, 우리 대통령의 사실에 기반한 정당한 공개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실이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정부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국의 우호 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사실을 왜곡해 정쟁으로 삼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성 수석은 “국내 일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측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국익에 관계된 민감한 외교 안보 사안을 정쟁화하며 부당한 우크라이나측 행위를 두둔하며 국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주장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삼가 주시도록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