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영업정지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일정 수 이상 국민과 중앙행정기관, 광역 지방정부에는 수사기관 직접 고발을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담합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정위에 집중된 법 집행 권한을 분산하는 구상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독과점 구조개혁과 공정성장 기반 조성을 비전으로 삼고 핵심 4대 과제와 집행체계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겨냥한 것은 서민 가계의 부담을 키우는 고질적 담합이다. 식재료·에너지·교육·주거 등 민생 밀접 분야의 감시를 강화하고 반복 위반 사업자에게는 영업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제재를 도입한다. 주 위원장은 “가격재결정명령의 법적 근거 마련, 담합 처분시효 연장 등 보다 실효적인 제도적 장치를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구제는 소송 지원과 분쟁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불공정거래 피해자의 소송 지원·피해 예방 기금을 신설하고, 공정위 자료를 손해배상소송에 폭넓게 활용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결혼식장·골프장의 불공정약관과 상조 선수금 관리 관행도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체계도 손질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특수고용직 등의 단체행동이 담합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고, 가맹·하도급·대리점 분야의 단체 구성과 협의도 뒷받침한다. 주 위원장은 이를 두고 “경제적 약자가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탈취와 대금지급 지연, 안전 비용 전가 등 악의적인 갑질에는 감시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독과점 규제를 플랫폼 환경에 맞게 정비한다. 오픈마켓·배달앱·숙박앱의 거래 실태를 조사하고, 배달앱·앱마켓·반도체 분야 독과점 남용행위에는 엄정 대응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한 과장광고와 눈속임 상술도 새로운 감시 대상으로 삼았다.
대기업집단의 허위자료 제출과 계열사 누락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허위자료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했다면 미지정 기간의 사익편취까지 규율하도록 범위를 넓힌다.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는 “일벌백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새 지표도 마련한다.
법 집행 방식 역시 달라진다. 전속고발제 개편과 함께 광역 지방정부에 하도급·가맹·대리점 분야 조사·처분권을 부여한다.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되 과도한 경제형벌은 합리적으로 정비한다.
주 위원장은 “경제적 강자의 반칙과 착취행위에 엄정 대응함으로써 기업이 본업과 기술혁신에 오롯이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