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받은 日 암 환자, 귀갓길 '1억8000만원' 주웠다가 재판까지 간 사연

“하나님 선물 같았다”… 여행·치료비 등 사용
'월 3만엔씩 변제' 합의… 완납 시점 2078년

엔화 다발.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화 다발.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40대 남성이 병원에서 돌아오던 길에 1억8000만원이 넘는 현금을 주워 여행비와 치료비 등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성은 법정에서 돈을 발견했을 당시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20일 일본 도호쿠방송 등에 따르면 43세 남성은 지난 3월 5일 미야기현 센다이시 아오바구의 한 도로에서 현금 2200만엔(약 1억8500만원)이 든 가방을 발견해 가져간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가방은 현금 수송을 담당하던 경비업체 직원 2명이 운반용 수레에서 떨어뜨린 것으로, 게임센터에서 회수한 현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범행 당일 암 치료를 받고 병원에서 퇴원하던 길이었다고 밝혔다.

남성은 암성 수막염과 위·식도 접합부 암을 앓고 있었으며, 머리 부위에서 암이 재발해 의사로부터 “2~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취지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을 나온 뒤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로 걸어가던 중 길가에 놓인 가방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학생용 가방이라고 생각해 지나쳤지만 궁금증이 생겨 다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이후 인근 공원 화장실로 들어가 커터칼로 가방을 열었고, 안에서 현금이 나오자 “기뻤다. 신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 내용물을 확인한 뒤 현금이 2000만엔 이상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남성은 주운 돈을 여행과 음식, 치료비 등에 사용했다. 베트남과 일본 이세 지역을 여행했으며, 베트남은 여자친구의 고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돈을 갚겠다는 뜻도 밝혔다. 경비업체가 잃어버린 2200만엔은 보험사가 보상했으며, 남성은 보험사에 매달 3만엔(약 25만원)씩 갚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갚은 돈은 약 344만엔(약 2890만원)으로, 남은 변제액은 약 1800만엔(약 1억5110만원)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완납 시점은 52년 뒤인 2078년으로, 당시 남성의 나이는 95세가 된다.

검찰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2078년까지 정말 갚을 수 있느냐”고 묻자 남성은 “갚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범행이 매우 이기적'이라며 구금형 1년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범행 자체는 용납할 수 없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직후 거액의 현금을 발견한 상황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성이 법정에서 밝힌 시한부 선고 이후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 6일 열릴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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