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냉장고 이어 혈액원까지…유럽 냉장설비 해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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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냉장·냉동 설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는 가운데 프랑스 혈액원까지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가 영하 30도로 유지해야 하는 혈장 보관시설의 설정 온도를 영상 110도까지 높이도록 조작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부는 최근 지역 혈액원 여러 곳에서 냉동설비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혈액원(EFS)은 혈장 보관시설 3곳에서 온도와 제상(성에 제거) 기준값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 프랑스 주간지 르카나르앙셰네는 영하 30도로 설정돼야 할 냉동설비의 온도가 영상 110도까지 올라가도록 조작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실제 시설 내부 온도가 해당 수준까지 상승한 것은 아니다.

공격은 혈액원 3곳에 냉장·냉동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를 겨냥해 이뤄졌다. 시설에는 수혈용 혈장과 의약품 제조에 사용하는 혈장이 보관돼 있었다.

혈액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모니터링과 경보 시스템이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감지하면서 직원들이 즉각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혈액원은 보관 중이던 혈장과 검체를 원격제어 시스템에 연결되지 않은 다른 냉장시설로 옮기거나 별도의 보호 조치를 취했다.

찰리 뒤부아 EFS 대변인은 혈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으며, 경보가 울리자 즉시 혈액을 안전한 냉장시설로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보건부는 혈액 제제 손실이나 보건상 피해가 없으며 현재 상황도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채혈과 혈액 공급 업무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국가 사이버보안 당국은 보건부와 함께 공격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수백개 슈퍼마켓의 냉장·냉동 설비가 해킹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격자는 원격제어 기능을 악용해 냉장고 온도를 50도 이상으로 높이도록 조작했으며, 유사한 공격은 유럽 10여개 국가로 확산됐다.

냉장설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면서 산업시설의 원격제어 시스템에 대한 보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혈액원처럼 정밀한 온도 관리가 필수적인 시설에서는 설비 제어권 침해가 혈액 손실을 넘어 의료서비스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마 레니에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일련의 사이버 사고를 개별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집단적인 회복력과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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