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책임의 정치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예산 전쟁이 시작됐다. 여야는 820조9000억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원안 사수와 대폭 삭감을 주장하며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물론 저마다 명분은 있다.

한쪽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맞선다. 그러나 서로의 목소리만 클 뿐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구체적인 내용에는 명쾌한 답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방이 결국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 위한 '끼워넣기'의 사전 작업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정치권 충돌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쏟아내는 지적과 실질적인 개선은 별개의 문제다. 정치인 호통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과 실천의 결과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효과는 어떻게 검증하고, 늘어나는 재정 부담은 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정치적 공방보다 앞서야 한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여야 중 어느 쪽의 주장이 관철되느냐가 아니다. 내가 낸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그 효과를 실제 삶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립과 견제는 필수다. 오히려 필요한 순간에는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바라건대 그 싸움은 상대에 대한 공격과 지지층 호소를 넘어 이후 결과를 위한 대안 제시와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여당은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야당은 견제에 걸맞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했다 할 수 없다.

오늘날 국민 눈높이는 과거와 다르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예산 심사에서 제기된 우려가 실제 예산안에 반영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국회의 성적표는 어떻게 싸웠냐가 아니라 무엇을 바꿨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회가 싸우는 이유는 정치적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여야 한다. 싸움은 치열해도 좋다. 다만 그 끝에는 반드시 책임이 남아야 한다.

[ET톡]책임의 정치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