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두유를 담던 종이팩이 참치까지 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캔보다 가볍고 쌓기 쉬운 레토르트 종이팩이 물류비를 줄이는 대안으로 떠오르며 수프·펫푸드에서 수산가공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생산 경제성과 회수·재활용 여건, 소비 특성이 확산의 변수로 꼽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식품·유통기업들은 콩·채소·수프·반려동물 습식사료 등 상온 가공식품에 종이팩을 적용하고 있다. 칠레 와실의 채소·과일 제품과 호주 로젤라의 수프, 스페인 리들의 자체브랜드(PB) 펫푸드 등이 대표적이다.
식품용 종이 포장 시장도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미더스는 식품 포장 등에 쓰이는 차단 기능 종이(배리어 페이퍼) 시장이 2031년까지 금액 기준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기준 식품·외식용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며 성장 속도도 가장 빠르다.
스미더스는 브랜드·유통사 수요와 각국의 포장 규제 강화를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유럽연합(EU)도 올해 8월부터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재사용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의 포장재 규정(PPWR)을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 종이팩 업계 1위 테트라팩의 레토르트 종이팩 '테트라 리카르트'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3.8%, 2023년 대비 약 23% 증가했다. 올해는 스페인 헤알사와 상온 참치용 포장을 개발해 5월 스웨덴 악스푸드에서 200㎖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물에 담은 참치와 해바라기유 참치에 모두 적용됐다.
리카르트는 내용물을 충전·밀봉한 뒤 포장째 가열 살균한다. 식품과 포장재를 각각 살균해 무균 충전하는 음료용 멸균팩과 다르다. 고온 살균을 견디도록 소재와 구조를 설계해 고형물이 든 식품도 담을 수 있다.
강점은 물류 효율이다. 직육면체 구조라 빈틈 적게 쌓을 수 있다. 테트라팩은 금속 캔 대비 팔레트당 완제품 적재량을 10~20%, 같은 매대 진열량을 최대 40%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 포장재 보관 효율은 캔·유리병의 6~10배, 매대 진열 작업 시간은 30~50%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테트라팩은 생산설비 도입을 검토하는 국내 고객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시장은 초기 단계다. 실제 도입에는 충전·밀봉 설비 투자와 기존 살균설비 활용 여부, 포장 단가·생산량에 따른 경제성 검토가 필요하다.
맛과 보존성 검증뿐 아니라 회수·재활용 체계도 과제다. 종이·고분자·알루미늄 복합소재여서 적절한 회수·선별과 소재 분리 공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9월 종이팩 재활용체계 개선 협약을 맺고 수거·선별 체계 개선에 나섰다.
시장별 소비 방식과 품질에 대한 기대도 포장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물류 효율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내용물 상태를 유지하고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특히 참치는 미국 등에서 샐러드나 샌드위치 재료로 활용해 살이 부서져도 크게 문제 삼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살코기 결이 유지되지 않으면 품질이 낮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와 소비자의 인식이 다른 만큼 종이 포장으로 전환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캔은 회수와 재활용이 잘 이뤄지는 포장재인 만큼 종이로 대체한다고 반드시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운송 비용과 재활용 가능성, 내용물의 특성, 소비자의 선호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