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산후우울증 이기려 시작한 홈베이킹…제주 디저트로 세계시장 두드린다

세 아이 엄마 이한솔 대표, HACCP 제조공장 설립해 B2B 시장 공략
거래처 200곳·재구매율 90%…제주 원물로 디저트 차별화
청년창업사관학교 거쳐 시드투자 유치 추진…립스도 도전

제주시에 위치한 디저트 제조기업 '마마그로브'의 공장에 들어서자 먼지 한 톨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청결한 작업장에 대형 오븐과 냉장·냉동 설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업대에는 제주 말차와 청보리, 백년초 등 지역 원물을 활용한 형형색색의 파운드케이크가 눈길을 끌었다. 이한솔 마마그로브 대표는 제주 메밀과 초콜릿을 결합한 쿠키, 볶은 녹차의 풍미를 살린 호지차 디저트 등을 소개하며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대표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시작한 홈베이킹이 이제는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사업이 됐다”며 “전 세계 어느 카페에 가더라도 마마그로브 제품이나 재료 하나쯤은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21년 제주에 21평 규모의 디저트 카페를 열고 파운드케이크 4종만을 판매했다. 육아로 인해 하루 100개만 소량으로 만들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 카페들의 납품 요청이 이어졌다.

창업 3년 차에 카페 2호점을 내는 대신 기존 카페까지 정리하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적용한 제조공장으로 전환했다. HACCP은 식품 제조 과정의 위해 요소를 사전에 분석하고 관리하는 식품안전관리 체계다.

이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며 디저트를 직접 만드는 데 드는 인건비와 재고 부담을 절감할 방법을 고민했다”며 “카페 사장님들이 좋은 디저트를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B2B 사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디저트 제조기업 '마마그로브'의 이한솔 대표가 공장에서 제주 원물로 만든 수제 쿠키를 설명하고 있다.
디저트 제조기업 '마마그로브'의 이한솔 대표가 공장에서 제주 원물로 만든 수제 쿠키를 설명하고 있다.

전략은 적중했다. 23평 규모 공장에서 다시 시작한 사업은 현재 거래처 약 200곳을 확보했다. 재구매율은 90% 이상이다. 초기 연매출 1억원수준이었으나 2년만인 올해는 3억~3억5000만원을 예상한다.

마마그로브는 완제품을 냉동 상태로 공급해 카페가 해동 후 바로 판매하도록 했다. 최대 3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어 재고 부담을 줄이고, 카페가 판매가격의 35~40%를 마진으로 확보하도록 납품가격을 책정했다. 대규모 자동화보다는 수제 디저트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일부 생산관리 업무를 전산화해 효율을 높였다.

다음 목표는 베이킹 재료 시장 진출이다. 남편이 재배하는 제주 감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천연 발효종을 분말화하는 기술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2주 이상 걸리는 발효종 배양 과정을 간소화해 카페와 베이커리에 공급하려는 것이다. 현재 분말 상태에서 발효 기능이 유지되는지 장기 보관 실험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R&D 역량 강화와 생산를 위한 제2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대만 바이어와 업무협약(MOU) 3건을 체결했으며, 현지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판매도 추진 중이다.

사업 확장의 전환점은 올해 입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창업사관학교'였다. 제주 토박이인 이 대표는 다른 지역 창업가들과 교류하면서 성장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제주에서 사업하다 보면 현재에 만족하기 쉬운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다른 지역 대표들을 만나면서 더 넓은 시장을 봐야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제주시에 위치한 마마그로브의 공장 모습. 마마파운드는 디지트 브랜드명이다.
제주시에 위치한 마마그로브의 공장 모습. 마마파운드는 디지트 브랜드명이다.

투자 유치 성과도 가시화됐다. 뉴키즈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드투자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민간투자 연계형 소상공인 지원사업인 립스(LIPS)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마마그로브는 2030년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국내 거래처 확대와 해외 수출, 베이킹 재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빵 사업은 한 번에 크게 성공하면 오히려 빨리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발효종을 천천히 키우듯, 단계적으로 오래가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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