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냉매만 바꾸는 탄소중립은 충분하지 않다

강준 CRK 전무
강준 CRK 전무

식품이 생산지에서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냉장·냉동설비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돌아간다. 편의점·마트·음식점은 물론 농산물 저장시설과 물류센터에도 꼭 필요하다. 그래서 콜드체인 탈탄소화는 산업 정책이면서, 우리 생활과 맞닿은 에너지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냉매를 단계적으로 바꾸고 있다. GWP는 같은 양이 배출됐을 때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나 지구를 더 데우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지난해 12월 공고된 수소불화탄소(HFCs) 사용 제품 전환 일정에 따르면, 가정용 냉장고는 2027년, 쇼케이스 같은 상업용 냉장설비는 2030년부터 전환이 시작된다.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서는 2021년 기준 국내 불소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환산 약 2942만톤이고, 이 가운데 콜드체인 냉매에서 나온 양이 2680만톤으로 약 91%를 차지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하지만 냉매만 바꾼다고 문제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다. 냉동·냉장설비는 오랜 시간 전기를 쓰기 때문이다. 냉매가 설비 밖으로 새면서 생기는 직접 배출이 한 축이라면, 전기를 쓰면서 생기는 간접 배출은 설비를 돌리는 내내 이어진다. 그래서 냉매의 GWP와 설비 에너지 효율을 함께 봐야 한다. 냉매 누출에 따른 직접 배출과 운전 중 전기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을 더해 설비 수명 전체의 기후 영향을 따지는 '수명주기 기후성능(Life Cycle Climate Performance)' 관점이 중요한 이유다.

제도도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효율관리 대상에는 현재 상업용 전기냉장고가 들어 있다. 여기에 냉동·냉장 진열장 효율등급제(2028년 1Q 시행 목표)와 콘덴싱유닛·유닛쿨러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2026년 말 추진)도 논의 중이다. 그래도 빈틈은 여전히 크다. 에너지공단 임도연 처장은 지난 5월 상업용 전기냉장고를 빼면 국내에는 관련 에너지 규제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제도가 넓어진다고 현장이 저절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에 설비 교체는 부담이 큰 투자다. 새 냉동기 투자뿐 아니라 기존 장비 철거, 냉매 회수·처리, 설치·배관, 안전관리, 시운전과 유지관리 비용이 모두 든다. 국회 토론회에는 자연냉매·저GWP 장치의 투자비가 용도와 규모에 따라 일반 장치의 1.2~3.8배에 이른다는 자료가 나왔다. 2만톤 규모 냉동창고는 냉매를 바꾸는 데 약 42억원이 들고, 영업을 멈추면서 생기는 손실도 약 50억원이라는 업계 추산도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정책은 “고효율 설비를 얼마나 많이 보급할 것인가”를 넘어 “사업자가 실제로 설비를 바꿀 수 있도록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단초는 이미 있다. 한국전력공사 소상공인 고효율기기 지원사업은 올해 구매금액(부가세 제외)의 최대 40%, 사업자당 최대 160만원을 지원한다. 일본은 업체당 최대 50억원을 지원하는 사례로 국내 토론회에서 소개됐다. 보조금에 저리 융자, 정책금융, 세제 지원을 함께 쓰면 초기 투자 부담을 덜면서 고효율 설비 보급을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하는 관점이다. 정해진 시험 조건에서 잰 성능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오래 쓰면 총비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친환경 냉매를 쓰는 고효율 설비가 처음에는 비싸더라도 전기요금과 탄소 배출을 오래 줄여 준다면, 그 가치를 정책에서 인정해 줄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안전도 빠뜨릴 수 없다. 일부 저GWP 냉매는 환경 부담은 낮지만 불이 붙을 수 있거나 압력이 너무 높아 새로운 안전관리 문제가 따른다. 2024년 칠벤타 전시회에서도 가연성 냉매(A2L·A3)와 CO₂ 냉매에 맞는 부품·제어 기술이 주목받았다. 냉매 전환은 제품만 바꾸는 일이 아니라, 설계·시공·점검·유지관리 인력의 기술 역량과 안전 기준까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결국 콜드체인의 친환경 전환은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는 냉매 환경성, 둘째는 설비의 에너지 효율, 셋째는 현장에서 이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쓸 수 있는 전환 기반이다. 세 가지가 함께 갖춰져야 냉매 전환이 실제 탄소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콜드체인 경쟁력도 달라질 것이다. 전에는 낮은 온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더 적은 에너지로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하면서 환경과 안전까지 챙길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콜드체인 탄소중립은 냉매 하나를 바꾸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냉매·효율·안전을 하나의 전환 체계로 묶는 일이다.

강준 CRK 전무 Joon.Kang@CARRI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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