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가스 발전설비를 직접 사들였다. 전력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대신 발전설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전력 수급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기업들이 전력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34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가스 발전설비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9월 말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소재 설비 공급업체 원PWR솔루션스로부터 1.7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발전기 인수 약정을 넘겨받았다. AI 기업이 단일 거래로 구매한 발전설비 가운데 알려진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에는 발전기뿐 아니라 설치에 필요한 엔지니어링과 건설 역량도 포함됐다. 발전설비 확보를 넘어 향후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역량까지 직접 갖추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거래는 원PWR솔루션스가 기존에 확보한 발전기 주문을 앤트로픽이 넘겨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FT에 따르면 원PWR은 2년 전 캐터필러에 발전기를 주문했지만,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다. 당초 원PWR의 고객이 될 예정이었던 앤트로픽은 기존 주문을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발전설비를 직접 구매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가스터빈과 발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제조 대기 기간이 수년으로 길어지자 AI 기업들이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설비 생산과 공급을 직접 통제하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산하 AI 기업 xAI는 올해 초 이동식 가스터빈을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구매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지난해 말 에너지 개발업체 인터섹트를 인수하며 전력 확보에 나섰다.
앤트로픽은 전력 인프라 확보와 함께 외부 컴퓨팅 자원에 대한 의존도도 높이고 있다. 스페이스X의 주요 고객사인 앤트로픽은 컴퓨팅 용량 임차에 따른 월 지급액이 연말까지 31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라시 나자드 투자은행 스티펠 청정에너지·전력 부문 책임자는 “전력 인프라 일부를 소유하고 자체 역량을 갖추면 통제할 수 없는 차질로부터 스스로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기업은 믿는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