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말 딱한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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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 로열티는 기업의 핵심 비밀이다. ‘대외비’로 꽁꽁 숨긴다.누설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더 많이 로열티를 내야 하느냐”는 항의가 빗발친다. 그래서 라이선스 계약을 할 때 비밀유지 조항에 서명을 한다. 로열티 누설시 거래 중단 등 제재를 받는다. 업계 상식이다.

 애플이 이를 어겼다.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네덜란드 헤이그법원 심리 장에서다. 애플측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3세대(G)통신 칩 로열티 2.4% 요구가 과다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옳고 그르냐는 다음 문제다. 거래처 비밀을 방청객이 있는 곳에서 까발렸다. 정말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애플은 비밀유지 조항을 철저히 따지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악명에 가깝다. 애플은 위탁 생산업체에 공급 수량과 시기는 물론 제품명까지 알리지 못하게 한다. 공급 금액 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애플 협력사들은 공급 사실 자체로 큰 홍보거리를 입 밖에 내지 못해 끙끙 앓는다.

 이런 애플이 거래처 비밀을 폭로했다. 애플이 특허 침해로 궁지에 몰렸다지만 이로 인한 우연한 실수로 보기 힘든 이유다. 거의 삼성전자를 해코지 하는 수준이다. 애플은 삼성전자 외에 새로운 칩 공급업체를 이미 물색했다. 이젠 삼성 없어도 끄떡없으니 삼성 마음대로 하라는 배짱인가.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새로운 작전인가. 새 거래처를 향한 메시지인가. 어떤 의도였든지 간에 누설 행위는 치졸하다.

 애플의 진짜 실수는 다른 데 있다. 삼성전자와 로열티 협상 자체로 애플이 특허 침해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의도적인 누설이라면 애플은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그간 업계에 쌓은 좋은 이미지가 훅 날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