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근절 광고에 게임하는 듯한 청소년이 왜?…“여론 왜곡”

도박 근절 광고에 게임하는 듯한 청소년이 왜?…“여론 왜곡”

청소년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불법 도박 행위와 동일선상에 놓은 공익광고 영상이 공개돼 파문을 키우고 있다. 정부 산하단체 공익광고에 정확한 정보 전달 없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사실상의 왜곡이 들어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대 중독법 발의로 잔뜩 위축돼 있는 업계는 도를 넘은 여론공세라며 반발했다.

2일 업계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지난달 말 제작된 39초짜리 `당신이 지켜야 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세요`란 제목의 광고영상를 지난 주말 가족 인기 프로그램 시간대에 집중 방송했다.

문제는 이 영상에 얼토당토않게 PC게임을 하는 듯한 청소년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앳된 청소년은 PC 앞 화면에 몰두해 있다가 갑자기 낭패를 본 듯한 표정을 짓고 가족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소환 명령을 받는다. 스포츠게임을 하는 것 같지만 정작 화면에 비친 것은 스포츠토토 영상이다. 청소년이 접속할 수 없는 사이트다.

카드 도박에 빠진 아빠, 화투에 몰두하는 엄마 모습을 그린 것까지는 현실성을 담은 표현이지만 스포츠 도박에 빠져있는 청소년 모습은 `게임=위험한 중독물`을 연상시키기 위한 고도의 계산이 깔린 의도적 영상이란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39초짜리 광고는 영상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전체적인 이미지만 남게 되는데 이 영상은 청소년 게임과 도박을 동일시하는 착각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처럼 4대 중독법 발의로 게임과 도박을 동일시하는 그릇된 인식이 문제가 되는 시점에서 비슷한 맥락의 광고를 만들어 배포한 것은 마치 청소년 PC게임은 중독물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 영상을 제작한 곳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라는 점에 업계는 주목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문화부가 신의진 의원 등이 발의한 4대 중독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산하단체인 도박문제관리센터가 문제의 영상을 제작, 방송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부마저 도박과 게임을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냔 우려감이 배어있는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뜩이나 4대 중독법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이고 잘못된 인식이 문제가 된 시점에서 `오얏나무에서 갓끈을 고쳐 매는 행위`는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게임 산업에 대한 좀 더 세심한 배려를 주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