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공정거래 개선 없이 콘텐츠산업 미래 없어

열에 일곱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다섯 넘게 실제로 경험했다. 피해액은 전체 매출액의 10.2%에 이르는 연간 4746억원 규모다. 다름 아닌 콘텐츠산업 불공정행위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영화·지식정보·콘텐츠솔루션·음악 등 11개 분야의 5500개 콘텐츠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였더니 70.2%가 불공정 거래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그 압력을 받았다는 기업도 56.9%로 집계됐다. 불공정 거래 1건당 평균 손실액도 2000만원이다.

콘텐츠 기업은 대부분 작은 기업들이다. 이러한 기업에 매출의 10%나 되는 불공정 거래가 얼마나 치명적이겠는가. 애니메이션 기업은 그런 경험이 85%나 된다고 하니 얼마나 불공정 거래 행위가 만연한지 짐작하게 한다. 음악(76.8%), 방송(70.8%), 영화(62.4%) 등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콘텐츠산업은 창조경제를 이끌 산업이다. 원조 격인 영국 창의경제가 그랬고, 창조경제를 표방한 박근혜정부도 그렇게 육성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다. 단가 후려치기는 기본이고 콘텐츠산업의 원천인 저작권까지 깡그리 무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위험이 큰 콘텐츠 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우리나라 불공정 거래 행위가 지나치다.

우리가 K팝 등 일부 콘텐츠 한류에 도취했지만 극히 일부의 성공일 뿐이다. 콘텐츠산업 밑바닥엔 제 권리도 찾겠다는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기업들로 채워졌다. 3년 전보다 불공정거래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무려 79.7%에 이르는 것을 보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악습을 끊지 않고선 콘텐츠산업 육성은 `모래 위에 짓는 성`에 불과하다.

미래부와 문화부, 콘텐츠진흥원이 오늘 코엑스에서 `창조경제 콘텐츠 생태계 진화 코드를 찾다`라는 주제로 콘텐츠 상생협력 콘퍼런스를 열어 그 해법을 찾는다. 이번 실태조사 응답기업들이 `개별 기업 인식 개선`보다 `법·제도 개선`을 더 많이 요구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궁극적 해법인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대형 콘텐츠 기업들에게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을 드러냈다. 대형 콘텐츠 업체에 이러한 불신은 다가온 방송시장 완전 개방보다 더 무서운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