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점진적 혁신으론 미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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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점진적 혁신으론 미래없다

지난 9일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 2종과 애플의 첫 웨어러블디바이스인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발표했다. 매년 소비자를 매료하는 제품을 선보인 만큼 전 세계 관심이 애플 CEO인 팀 쿡의 프리젠테이션에 집중됐다.

그러나 세간의 평가는 차가웠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처음 내놓은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혁신의 부재’라는 평가가 재연됐다. 공개된 아이폰은 화면 크기만 키웠지 혁신적 기능은 없었다.

한때의 혁신제품도 세월이 흐르면 더 이상 혁신제품이 아니라고 했던가. 애플워치도 마찬가지다. 애플로서는 첫 웨어러블디바이스라는 점에서 혁신적 기능을 담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혁신의 한계만 고스란히 보여줬다. 전자결제, 피트니스, 통화, 메시지 기능 등이 탑재됐지만 기존 웨어러블 제품과 비교해 혁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장박동을 측정하거나 스마트폰과 연동한 전화 받기 기능, 칼로리 소모량 측정, 피트니스 앱 등은 이미 이전 스마트워치에서 익숙한 기능이다.

그나마 차별화된 기능은 용두였다. 용두를 움직이면 화면이 커지거나 작아지고 탐색할 수도 있다. 애플은 아이팟의 클릭 휠, 아이폰의 멀티 터치 출시 이후 가장 혁신적인 탐색 기능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소비자와 앱 개발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미흡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애플 초창기에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한 독일 출신 원로 디자이너 하르무트 에슬링어가 “근본적 혁신이 없다는 사실은 애플이 마케팅 드리븐(Marketing Driven) 컴퍼니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국내업체도 마음 놓을 처지는 아니다. 10일까지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인 IFA2014에서는 중국의 약진이 돋보였다. TCL, 하이센스 등이 세계 최대인 110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와 양자점 TV 등을 선보였다. 중국기업이 ‘베끼기’ 일변도에서 탈피해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우뚝 선 것이다.

애플의 신제품과 IFA2014는 지속적 혁신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그러나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점진적 혁신으로는 미래가 없다. 기존 시장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과 노키아다. 두 회사 모두 혁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크게 엇갈렸다.

노키아는 자사 제품을 꾸준하게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점진적 혁신’을 선택했고 애플은 기존 시장을 전복하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했다. 노키아는 내가 갖고 있는 기술과 시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도태됐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시장 주도자의 지위를 차지했다. 애플도 혁신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한다면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다. 냉정한 시장과 소비자는 점진적 혁신을 원하지 않는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고객 중심의 파괴적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우리의 주력제품은 시장 침체와 중국업체의 추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동안 시장을 선도했다는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새 시장을 만들어내는 파괴적 혁신에 더 힘써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