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무분별한 사이버 감찰 `사생활 침해`에 `토종기업 생존권`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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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다음카카오대표가 16일 고등법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서면서 세간의 관심은 이 대표의 입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찰영장 불응’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가 초점이 됐다. 하지만 사실상 이번 논란은 정부의 사이버 검열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18일 대검찰청,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포털업체 등이 참여한 대책회의가 발단이 됐다. 당시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안으로 ‘선제적 대응 필요’를 발표했고, 이 때문에 수사대상이 전방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사람들 사이에 퍼졌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란 불안감도 높아졌다. 이즈음부터 사이버 망명 사태가 시작됐다. 사이버 망명 행렬이 이어지면서 스마트폰 시대 진입으로 어렵게 일궈낸 사이버 생태계가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커졌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쟁점 사안을 짚어봤다.

[이슈분석] 무분별한 사이버 감찰 `사생활 침해`에 `토종기업 생존권`도 위협

◇정부의 사이버 감찰은 어디까지

법조인들은 정부의 감청영장 청구는 정상적인 국가 공권력의 행사라는 견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종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카톡 사태가 불거지긴 했지만 국가 안보와 치안을 위해 감청은 필요한 조치”라며 “인터넷도 예외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몇 년새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정보의 이동이 음성에서 텍스트와 영상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감청의 대상도 단순히 통화에 머물지 않고 메신저를 포함한 인터넷 통신수단으로 확대된 것은 미국 등에도 적용된다고 전했다.

다만 사생활(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 대해선 법원이 영장 범위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 사생활의 자유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법의 집행에 따른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3000명 사찰 공방에서도 제기됐듯 기존 전화 등 일 대 일 통신수단과는 달리 메신저는 다자간 통신방식이어서 개인의 사생활 노출 범위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 등 신종 통신수단 감청에 검찰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스마트폰 인터넷 시대에 정보 유출 가능성이 많아지고 정부기관도 정보 접근 가능성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변화된 시대에 맞춰 법원도 영장 발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감청 대상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사생활 침해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청의 대상은 살인 등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며 “이를 넘어선 범위에 적용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사이버감찰에 대해선 일반 국민을 잠정적 범죄 대상으로 규정하고 취하는 조치인 만큼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통신기업의 ‘감청영장’ 협조 적법했나

카카오톡과 통신사 등의 감청영장에 대한 협조는 당연한 국가 공권력에 대한 판단을 존중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카카오의 감청영장 협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란 견해다.

한 서울지역 변호사는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감청영장에 불응하는 것은 국가의 근본인 법에 대한 도전이어서 기업들이 협조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감청영장 수사편의를 위해 무분별하게 발부되는 것을 막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위원인 김기중 변호사는 “법원이 판단해 발부한 영장에 대해 기업이 응하는 것은 분명히 정당하다”며 “아울러 최근 불거진 이석우 대표 감청영장 불응 자체도 법의 범위를 벗어난 탈법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다음카카오와 같은 신생 인터넷 업체가 책임질 게 아니라 법원의 명확한 판단과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차별 부른 사이버정보 열람

메신저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차별로 인해 이용자가 해외 메신저로 대거 이탈하는 사이버 망명이다. 감청 논란으로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등 정부의 입김에 취약한 토종업체의 이용이 부쩍 줄고 있는 반면에 텔레그램과 와츠앱 등의 사용은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월 첫주 텔레그램이 구글 무료앱 다운로드 2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등 무서운 성장세다. 와츠앱 역시 서버가 해외에 있어 영장을 청구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감청이나 기록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카카오톡이 프라이버시 모듈 설치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돌아선 사이버 시민을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공안정국을 경험했던 40대 이상 세대는 정치 사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개인 사생활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역시 누군가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이버 망명이 일어났을 것이란 견해다.

메신저의 특성상 신뢰가 무너지면 생태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메신저는 웹 기록과 다르게 다른 대체재로 전환이 빠르다”며 “기록 유실 등 비용이 낮기 때문에 네트워크 전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무분별한 감청영장 청구나 표현의 자유에 관련한 소송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이버 감찰 논란이 메신저 시장의 토종기업에 역차별을 가했다는 점에서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에서 카카오톡과 라인을 규제하면서 국내 기업의 발 디딜 곳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이버 검열 논란까지 확대되면 국내 메신저 시장은 외산에 내줄 수밖에 없다”며 “해외 기업 진입을 막지 않더라도 국내 기업을 역차별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