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46>혁신 항행

노바 에트 아우크타 오르비스 테라이(Nova et Aucta Orbis Terrae). 라틴어로 '새롭고 더 정확한 둥근 땅'이란 뜻이다. 1569년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가 제작한 세계지도 이름이다. 메르카토르는 여기에 1520년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찾아낸 태평양과 신인도로 표시한 아메리카, 대항해로 찾아낸 지리 지식을 채워 넣었다. 그러자 고대 지도에 남겨져 있던, 신화와 오해와 무지로 비워 둔 채 남겨둔 그 빈 공간이 사라져 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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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가장 흔한 단어는 무엇일까. 실상 디멘션이나 공간이란 단어를 빼고 혁신을 풀어내긴 쉽지 않다. 수많은 학자와 경영 구루가 각기 다른 주제 및 질문으로 시작해 여기서 해답을 찾았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와 러네이 모본도 2005년에 블루오션을 '경쟁 없는 공간'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 사이 많은 학자가 와해성 혁신, 오픈 이노베이션, 비소비 경쟁, 리버스 이노베이션, 주가드 혁신, 검박형 혁신 같은 많은 이정표를 세워 뒀지만 이 숨은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자칫 이런 이정표에 매몰돼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GE 워크아웃' 저자인 론 애시케너스는 당신이 진지하게 혁신을 생각한다면 세 가지부터 고민해 보라고 조언한다.

첫 번째 혁신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것이다. 뭔가 어렵거나 도전하는 것이라고 해서 모두 혁신인 것은 아니다. 넓게 정의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자칫 일상 활동에 이 이름을 잘못 붙이면 모든 게 뒤죽박죽될 수 있다. 애시케너스는 정말 새로운 것, 새로운 방식, 기존 방식 와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 등 네 가지가 제격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혁신 활동이 뭘 말하는지도 정해야 한다. 혁신이란 수없이 다양할 수 있지만 대개는 네 가지 과정을 거친다. 시작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찾아내는 것이다. 그 원천이 내부든 외부든 상관없다. 그다음은 소비자가 바라는 가치 있는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기술 혁신이든 비즈니스 혁신이든 모두 좋다. 이것까지 성공했다면 그다음은 소비자 생각을 반영하고 비즈니스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네 과정에 당신이 말하는 혁신을 담아 구체화해 보라는 조언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세 번째 이노베이션 싱킹이다. 조언은 두 가지다. 밖으로는 다양한 조력자와 더 많이 교류하고 내부로는 혁신에 관심을 두고 제도로 만들라는 조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기는 대신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메르카토르는 지도를 만들면서 항해용이란 지도의 목적을 생각했다. 특정한 두 지점 간을 잇는 직선을 '항정선(航程線)'이 되도록 했다. 마젤란이 태평양이란 숨은 공간을 찾아냈다면 메르카토르는 이곳으로 항해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낸 셈이다.

어쩌면 혁신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를 몇 번이나 외친 끝에 숨은 친구를 찾아 골목길을 누비며 놀던 숨바꼭질처럼 지금 우리가 찾는 것은 숨어 있는 혁신 공간인지도 모른다. 많은 학자의 수많은 제안도 결국 혁신 공간을 찾아갈 이정표가 되기를 원한 셈이다.

바람 찬 설날에 숨은 친구를 찾아 골목을 누비며 놀던 어린 시절처럼 기해년 새해 혁신을 찾는 우리 마음도 그만큼 젊었으면 좋겠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