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내달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통 3사는 지난해 말 모바일 라우터 기반 기업용(B2B)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일반인 대상 스마트폰 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5G 시대가 도래한다.
정부와 이통사를 비롯해 산업계, 연구소, 학계, 협·단체는 4년간 5G 상용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2~3주 후면 그 결실을 수확할 수 있다.
◇'세계 최초' 당위성 충분
1996년 1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2세대(2G) 이동통신 기술 중 하나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CDMA 상용화는 우리나라가 이동통신 강국으로 올라서는 중대한 행보였다. 1인 1전화 시대 개막은 물론이고 관련 생태계가 양적이나 질적으로 모두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자주적인 통신 기술력 확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가장 큰 효과다.
통신이 ICT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CDMA 이상 효과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화웨이나 노키아, 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 5G 상용화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이들의 5G 기술을 검증하고 경쟁하는 무대가 되면서 이동통신 강국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이미지가 공고해지면 인도를 비롯한 해외 통신사에 컨설팅이나 통신망 운용 기술을 보급할 기회가 된다”면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KMW, 에이스테크놀로지 등 강소 제조사도 수출 기회가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5G 특성을 기반으로 중공업 등 B2B 시장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이를 통해 국내 산업계 생산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해당 산업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도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G, 산업 재도약 동력으로
정부는 5G를 단순한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산업 전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동력'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5G 상용화는 단순히 서비스 출시가 아니라 산업 전체에 대한 리더십을 갖기 위한 기반을 갖추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5G플러스 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수개월 이상 타 부처, 기업 및 연구소 전문가들과 '5G플러스 전략'을 수립해왔다. 5G 기반 중장기 산업 육성 로드맵이다. 참여정부 시절 발표한 'IT839' 전략 못지않은 산업 육성책으로 만든다는 각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상용화 직전 발표할 5G플러스 전략은 IT839 이후 다시 한 번 내놓는 산업 발전 전략”이라면서 “통신망과 단말뿐만 아니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정보보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중국이나 미국처럼 내수시장이 큰 나라에서 5G를 먼저 상용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면 우리나라는 따라가기가 어렵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생태계를 먼저 만들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이동통신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통신장비와 디바이스,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등 모든 분야를 갖춘 국가인 만큼 산업 경쟁력을 복원하고 VR·AR 등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반드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4년 여정 마침표 찍다
2015년 황창규 KT 회장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 계획(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5G 리더십을 유지해왔다. 세계 최초 상용화는 이의 연장선일 뿐 새로운 이벤트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과기정통부는 기가코리아사업단을 중심으로 산학연관과 협력, 5G 상용화를 준비해왔다. 기가코리아사업단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5G 시범서비스와 상용화뿐만 아니라 5G 기반 융합서비스 개발에도 힘을 기울였다.
2017년 4월 5G 전략추진위원회는 융합서비스 개발을 위해 몰입형, 지능형, 편재형, 자율형, 공공형 5대 분야를 선정했다. 지난해 5월 6개 서비스별 사업자를 선정하고 융합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까지 970억원을 투입, 융합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 융합서비스는 5G 확산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2017년 초부터 주파수 할당방안 및 할당대가 연구반을 가동하며 5G 주파수 공급을 준비했다. 지난해 6월 주파수 경매를 마치고 3.5㎓ 대역 280㎒ 폭과 28㎓ 대역 2400㎒ 폭을 이통 3사에 할당했다.
이통사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협력, 5G 기술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상용화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6월 주파수를 확보하고 9월부터 5G 장비 공급사를 선정, 망 구축을 시작했다. 12월 세계 최초 5G 전파 송출과 B2B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은 이처럼 정부와 기업의 발 빠른 행보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칩을 탑재한 갤럭시S10 5G를 개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하는데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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